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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듐레어 Mar 27. 2024

이 차를 다 마시면 온전히 겨울을 떠나보내자

루피시아 5254. 토치오토메 ~딸기홍차~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토치오토메는 일본의 대표적인 딸기품종으로 루피시아에서는 매년 그 딸기를 사용하여 딸기블랜딩 녹차와 홍차를 출시한다. 생딸기(물론 동결건조지만)를 사용한 블랜딩 티라는 확실한 정체성과 함께 딸기 블랜딩으로는 최고라는 평이 자자한 토치오토메. 지난번엔 녹차버전이었다면 이번엔 홍차를 마셔본다. 조금 늦었지만 다행히 홍차버전은 한정 일러스트 틴이 남아있어서 구매에 성공. 한정틴 모으는 건 이제 정말 그만하겠다고 또다시 다짐을 해본다. 크게 의미가 있을진 모르겠지만. 50g 한정 일러 캔입이 1200엔으로 상미기한은 1년.

다시 보니 귀여움이 좀 부족한 것 같다

딸기꽃이 하얗게 예쁜 일러스트에 핑크핑크하다 못해 하얗게 질려버린 딸기까지 토치오토메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 틴케이스. 열어보면 동그란 카드가 들어있다.

슌 노 이치고 토치오토메 노 아마주파이 텐넨 유라이 노 카오리 오 마토와세타 조시츠 나 이치고 노 코차 데스
계절의 딸기 ‘토치오토메’의 새콤달콤한 천연 유래의 향기를 감싼 고급스러운 딸기 홍차입니다.

녹차버전의 토치오토메와 거의 동일한 문구. 홍차임에도 불구하고 2~2.5분으로 좀 짧은 시간 우리도록 되어있다. 아마도 밀크티를 염두에 둔 씨티씨 구성이지 않을까 생각해 보며 봉지를 열어본다.

씨티씨와 비교해보면 딸기가 얼마나 크고 풍성한지 한눈에 보인다

봉투를 개봉해 보니 확실히 휘발성 가향보다는 한결 차분하면서도 찐득한 딸기사탕 같은 향이 난다. 향부터가 벌써 너무 달다. 향기가 진하다 못해 혀에서 단맛이 느껴지는 기분. 건엽을 덜어내어 자세히 보니 푸릇한 잎이 포함되어 있는데 찻잎과는 좀 다른 이파리가 들어있다. 찾아보니 딸기 잎이라고. 정말 알차게도 들어갔구나 싶다. 씨티씨는 으레 아쌈일 거라 생각했는데 케냐를 사용했다고 한다. 딸기가 워낙 풍성하게 들어서 심플한 구성임에도 뭔가 거창해 보인다.

격식있는 미녀와 야수

300ml, 6g, 2분으로 100도의 물에서 끓여낸다. 토치오토메는 밀키한 향이 메인 콘셉트인가 보다. 서빙팟에 따를 때부터 이미 크리미한 우유향과 딸기향이 주방을 가득 채운다. 첫 잔을 마셔보는데 짧게 2분 내로 우린 차가 많이 뜨겁다. 천천히 식혀서 마셔본다. 목구멍을 타고 곧장 비강으로 치솟는 홍차 베이스. 어딘가 텅 빈 홍차라는 느낌이다. 베이스 자체는 그저 그런 느낌이다. 탄닌감과 여타 다른 맛이 없는 편은 아닌데 어딘가 향이 좀 비어있다. 재차 마셔보면 과일의 산미가 어금니 안쪽의 혀를 시큼하게 자극한다. 생딸기가 들어간 것치곤 인공적인 딸기향이 비강으로 퐁 하고 솟아오르곤 사라진다. 묘하게 그 옛날 웨지우드의 스트로베리 티가 떠오르는 맛과 향이다. 여타 다른 딸기가향에 비해서는 당연히 생물의 느낌이 물씬 나긴 하는데 녹차버전에 비해서는 어딘가 좀 부자연스럽다. 무겁게 크리미한 포트넘의 스트로베리와도 많이 다르게 가볍게 밀키한 향이 간드러진다. 씨티씨치곤 맛이 거친 느낌이 적다고 생각했는데 이내 입안이 바싹 말라온다.

귀여움을 페코짱으로 보충

이렇게까지 밀크티를 마셔보세요 싶은 차를 외면하는 건 또 예의가 아니니까 밀크티를 만들어보았다. 냄비에 10g, 물 자작하게 같이 끓이다가 우유 200ml를 넣어 같이 데운다. 유막은 걷어내고 마시면 그만이라는 주의이기 때문에 사진 신경 안 쓰고 떠껀하게 불을 올렸더니 사진 찍을 때 진짜 유막이 떠버렸다. 향은 정말이지 딸기우유 같은 향이 되어버렸다. 부드러운 딸기우유 같은 걸 기대하면서 마셔본다. 음, 밀크티까진 필요가 없겠군. 맛이 없냐고 하면 전혀 그렇진 않지만 스트레이트보다 딸기향이 더 죽는 느낌이고 그렇다고 밀크티에서 매력이 확 살아나는 베이스는 아니라서 오히려 디메리트가 더 크다. 하지만 기분은 좋았다. 아마도 이번 시즌 마지막 밀크티.

하얗게 눈부신 씨티씨 엽저

이번 시즌의 마지막 밀크티라고 생각하니 정말로 겨울을 보내줄 때가 된 기분이다. 토치오토메는 겨울을 마무리하고 봄으로 넘어가는 차로 인상에 쭉 남을 것 같다. 루피시아에서도 보통 토치오토메 발매 후 한참 지나서 사쿠라 라인을 발매하고 본격적으로 봄차 프로모션에 들어가니 아마 비슷한 느낌일 것이다. 봄이 온 지가 언제인데 이제서야 봄타령인가 싶을 수도 있겠지만, 시음기가 많이 밀리고 말았다. 사실 이 차는 진즉에 다 마신 뒤. 대략 한 달 정도 시음기가 밀리고 말았는데 최근 마신 차로 바로 뛰어넘어가 볼까도 싶지만 그냥 최근에 뭘 쓰는 게 잘 안 되는 게 문제라서 다시 차분히 엥알엥알 적어보는 시간을 갖으며 따라잡아보자 싶다. 시음기 때문에 스트레스받아서 차 마시는 걸 방해받고 싶진 않다. 밀리더라도 일단 마시는 건 쭉쭉 마셔보고 있을게요. 그럼 토치오토메는 여기서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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