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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듐레어 Apr 02. 2024

시작을 하는 데 있어서 정월, 정시만 답은 아니다.

루피시아 5572. 후쿠우메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벌써 1분기가 지나가고 4월이 되었다. 그런데 아직도 신년의 기분을 내는 차를 소개하고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아직도 2월 초에 산 차를 소개하고 있는데 한동안 차를 소비하는 속도가 늦어지기도 했고 시음기 쓸 때 마셔가면서 쓰고 싶어서 아껴마시기도 했고 하다 보니 일정이 이렇게 되었다. 아무튼 후쿠우메는 2월 초에 루피시아 지유가오카에서 팔길래 아무 생각 없이 집어온 차로서 찬장에 정리하면서도 참 계절감 없이 사 왔구나 싶었던 차였다. 다행히 매실이란 게 날이 차거나 따뜻하거나 상관없이 다 잘 어울리는 향이라서 이렇게 저렇게 잘만 마신 차. 소개하자면 한정 일러 캔으로 50g에 1050엔, 상미기한 2년인 가나자와 한정되시겠다. 겨울한정으로 알고 있었는데 지금 찾아보니 또 그렇진 않은가 보다. 이건 확인이 필요.

가나자와 한정 복매

후쿠우메는 가나자와의 전통 화과자로 설날을 기념하는 화과자이고 그런 화과자를 따라서 만든 홍차가 후쿠우메다. 연초에 시음기를 작성한 히라키와 비슷한 블랜딩. 검색해 보면 보통 두 차를 짝으로 언급하는 글들이 많다. 가나자와 한정차가 왜 지유가오카에 있었는지는 의문이지만 가끔 이런저런 한정판을 지유가오카에 가져와서 파는 경우도 많이 있더라. 아마도 재고처리 이슈로 본점에서 이렇게 저렇게 소진하는 게 아닐까 싶다. 개봉해 보니 일반 라벨 붙은 은박봉투가 한정 틴 안에 들어있다.

가나자와 노 오쇼가츠 노 와가시 후쿠우메 니 나라타 유메 노 코차. 사와야카 나 우메 노 카오리 니 혼노리 시타 아마미.
가나자와의 정월의 화과자인 후쿠우메가 된 매실 홍차. 상쾌한 매실향과 연한 달콤함.

매실하면 가나자와가 빠질 수 없지, 하면서 만들어진 홍차라는 것 같다. 정월의 화과자, 그러니까 설의 이미지라는 걸 다시 한번 팍팍 어필하는 설명. 구매 자체는 한국 설 즈음에 했으니 그때 시음기를 급하게 올렸어도 좋았겠지만 뭐 그렇게 되었네.

얼핏 다즐링 아쌈 같지만

봉투를 열면 매실가향이 빠르게 치고 올라온다. 그리고 히라키와는 좀 다른 풋내가 얼핏. 건엽을 덜어내 보니 하얀 아라레와 빨간 핑크페퍼가 눈에 띈다. 그야말로 히라키랑 비슷한 구성과 색감이다. 히스플라워가 들어가서 그런지 히라키와 징글벨을 적당히 섞어놓은 기분도 든다. 베트남 위주에 다즐링이 약간 섞인듯한 블랜딩.

단짠한 퀸아망과도 좋은 매치

6g, 300ml, 100도의 물에서 2.5분 우렸다. 기분 탓인가, 히라키보다 진한 매실향이 퍼져나간다. 딱히 더 들어간 게 있어 보이진 않는데 뭔가 졸여진 매실의 느낌이랄까. 그러다 보니 홍차의 맛이 좀 더 진한 기분인데 막상 입안에서 느껴지는 차가 평범한 루피시아 가향의 순한 맛이라서 한 것 혀를 예민하게 굴려보면 핑크페퍼의 끝맛만 지나간다. 이런저런 반찬을 곁들여도 딱히 어긋나지 않을 활용도가 좋은 차. 아이스로 마셔도 나쁘진 않으나 수렴성이 좀 올라오는 편. 이럴 땐 무게감 있는 티푸드와 함께 하면 벨런스가 맞는다. 맛이나 가향이 히라키 쪽이긴 한데 특성으로 보자면 뭔가 사쿠란보에 더 가깝지 않나 싶을 정도. 물론 아이스의 활용도는 사쿠란보가 더 좋겠다.

레귤러여도 좋을 것 같은데

4월이 되었다. 정월을 상징하는 후쿠우메를 2분기의 시작점에서 마지막으로 마셔본다. 계절한정으로 알았던 후쿠우메가 기간에는 관계없이 언제든 만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어 좋다.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다시 시작하기에 특별한 기간이 있지는 않다는 어떤 통찰인 것만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기운 빠질 일이 많았던 1분기 었고 4월은 언제나 감정적으로 힘들어서 한 달이 통째로 거짓말이었으면 싶은 달이다. 딱 그런 시기에 후쿠우메를 통해 위로를 받은 것이다. 다시 시작해 본다. 후쿠우메 시음기는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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