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부드러운 갈색
‘물은 100℃에서만 끓는다’라는 말이 있다. 그렇지만 끓지 않는 99℃의 물이 뜨겁지 않은 것은 전혀 아니다. 비록 끓지는 않을지라도 매 순간이 끓기 위한 찰나이기 때문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결실이 맺히지 않더라도 그 모든 과정에서의 노력이 무척이나 가치 있고 소중함을, 하늘이 무척이나 예뻤던 그 날 저녁에야 어렴풋이나마 깨달았던 것 같다. 노력의 결실은 한순간에 맺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매 순간이 맺어짐이었음을.
무릇 우리가 무언가를 이루려고 한다면, 오래도록 준비하고 단련하여 그에 걸맞은 자격을 스스로 갖추어야 한다. 중간에 너무 고되어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찾아올 때가 있더라도, 그때를 이겨내야 결국 이루고자 했던 것을 온전히 이루어낼 수 있다. 사실 이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삶의 법칙과도 같은 것이다. 그러나 매사에 이를 상기하며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기란 쉽지 않다. 눈앞의 어려움은 지금 당장 온몸으로 느껴지지만, 그 끝에 있을 결실은 감히 헤아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결국, 우리는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견디고 이겨내어 마침내 이뤄내곤 한다. 어미 제비가 작디작은 나뭇가지로 커다란 집을 지었듯이, 새끼 참새들이 날아오르기 위해 걷는 연습부터 시작했듯이, 우리는 어느샌가 각자의 어려움을 딛고 한 명의 어엿한 군인이 되었다.
지금은 찾아갈 수 없지만, 아마 그 제비집은 아직도 식당 출구 쪽 폐전구 위에 그대로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 이후로도 뭇 새들의 집이 되어주었을 것이다. 그 갈색 제비집은 훨훨 날아오르기 위해 수없이 노력했던, 비록 날아오르지 못했을지라도 수많은 날갯짓을 반복했던 제비들의, 참새들의, 그리고 훈련병들의 노력에 대한 기록이며 위로이다. 그리고 누군가에겐 삶의 스승이기도 하다.
그 제비집은 여전히 부드러운 갈색임에 틀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