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대한 신뢰 vs 자기 확신

by 시준아빠

시장에 대한 신뢰는 수많은 실패 위에서 자란다. 반면 자기 확신은 몇 번의 성공만으로도 쉽게 자라난다.

유제이는 그 경계를 걷고 있었다.

최근 한 달간 유제이의 매매 성과는 나쁘지 않았다. 아니, 꽤 괜찮았다.

비트코인 15분봉 기준으로, 그는 자신의 ‘원칙’을 세웠다.


“거래량 5천 이상이 터졌을 때, 전저점 또는 전고점에서 반응이 나오는가?”


반응이 명확하면 진입하고, 반응이 없다면 대기한다. 간단하지만 그가 수백 건의 복기 끝에 만들어낸 전략이었다.

이 원칙은 실제로 성과를 냈다. 작은 승리가 반복되며 계좌는 천천히 불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문제는 언제나 ‘익숙함’에서 시작됐다.


어느 밤, 평소처럼 차트를 보고 있던 유제이 앞에 비정상적으로 높은 거래량이 튀어나왔다.

비트코인이 갑작스럽게 급락하며 거래량이 7천을 돌파했다.


‘왔다. 기회다.’


그는 단숨에 포지션에 진입했다. 레버리지는 5배. 진입가는 반등 예상 지점에 걸쳐 있었다.

처음 몇 분간은 반등이 나왔다. 익숙한 패턴, 익숙한 속도.


‘역시, 시장은 원칙대로 움직여.’


그는 희미하게 웃었다. 그러나 그 반등은 오래가지 않았다.

5분 후, 비트코인은 다시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거래량은 줄지 않고, 매도세는 더 강력하게 쏟아졌다.

손절선까지 고작 0.7% 남았다. 그는 순간, 손절 버튼에 손을 올렸다.

그런데, 누르지 않았다.


“이번엔 다를 수도 있어. 지난번에도 반등했잖아.”


그 순간, 원칙은 무너졌다.

손절은 실행되지 않았다. 포지션은 깊은 손실로 전환되었고, 계좌는 마이너스로 출렁였다.


“왜 이번만은 예외라고 생각했지?”


그는 자신에게 묻고 또 물었다. 하지만 대답은 흐릿했다.

그저 ‘지금까지 잘 해왔으니 괜찮겠지’ 하는 막연한 확신이, 그의 손을 멈추게 했을 뿐이었다.

며칠 후, 비슷한 구간에서 또 다른 기회가 왔다. 거래량, 패턴, 포인트.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또 틀리면 어쩌지…’


그의 뇌리에는 실패의 장면이 생생히 재생되었고, 마우스를 잡은 손은 땀으로 젖었다.

시장에 대한 신뢰는 사라지고, 자기 확신은 부서졌다.

그는 차트를 닫고 노트북을 덮었다. 머릿속에 회의감이 차올랐다.


“나는 이 시장에 맞는 사람인가?”


그날 밤, 그는 한 장의 복기 노트를 꺼내 들었다.


“자기 확신은 필요하다. 하지만 원칙은 그 위에 있어야 한다.

원칙은 나를 보호하고, 시장은 나를 시험한다.

원칙을 지킨 실패는 남지만, 원칙을 깨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유제이는 하루 동안 매매를 멈추고 자신의 트레이딩 심리에 집중했다.


‘나는 내 원칙을 신뢰하고 있었던가, 아니면 내 감정과 기대를 신뢰했던 걸까?’


이 질문은 그에게 자명한 대답을 던졌다.

그는 원칙보다 ‘자기 확신’을 더 믿고 있었다.


결국 그날부터 유제이는 새로운 규칙을 추가했다.

진입 전 반드시 자신의 감정을 체크하고, 원칙을 벗어난 매매는 복기 노트에 빨간색으로 기록하기로 했다.

그 빨간 글씨가 많아지면 시장에 들어가지 않는다.

감정이 강할수록 매매는 멈춘다.

며칠 후, 그는 다시 기회를 맞이했다.

비트코인 15분봉, 전저점 구간. 거래량 6,200 터짐. 패턴 완벽.

마우스를 잡기 직전,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


‘지금 나는 원칙대로 움직이고 있는가, 감정대로 움직이고 있는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는 조용히 포지션을 진입했고,

손절선과 익절선 모두 설정한 채로 냉정하게 시장을 지켜보았다.

이번엔 시장이 그의 원칙을 존중했다.

그리고 그는 오랜만에 깨달았다.


‘시장을 이기려 하지 말고, 시장 안에서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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