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밤

주인의 조력자, 루크

by 섬세한 다육이






푸드득—

천장에서 날갯짓 소리가 났다.


책방 문을 닫고, 커튼을 쳤다.

불이 꺼진 가게 안엔 찻주전자 속의 온기만 남아

하루치 마법이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


나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천장 서까래 위에 앉은 루크를 바라봤다.

반짝이는 눈, 매끄러운 깃털.

내 마음도 너무 잘 아는 루크.


“오늘은 조용하다. 그렇지?”

말을 건네자 천장 서까래에서 찻주전자 옆에 앉아

루크가 말했다.


“유난히 오늘 왜 이렇게 힘들어해? “


“아냐. 안 힘들어.”


“거짓말. 너 오늘… 너 이야기하고 싶잖아.”


그러더니 루크가 맨 위칸을 바라보더니

책 한 권이 내 앞에 ‘툭’


”자”


‘이 녀석한테는 숨길 수가 없네.’


은은한 미소가 책방에 퍼졌다.

책의 표지를 손을 감싸니 추억에 잠겼다.


언제부터였을까,

사람들에게 책을 건네며 마법을 쓰기 시작한 건.

처음엔 그냥 책이 좋아서였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문장을 통해 사람의 마음이 변하고

그 순간마다 책이 조용히 빛나기 시작했다.


루크는 그 빛도 볼 수 있는 존재다.

책이 진심에 닿았을 때,

초록빛이 피어나면 루크는 날개를 접고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게 ‘마법이 제대로 작동했다’는 신호였다.


나는 오늘,

누군가에게 책을 건네지 않았다.

오늘 하루는 조용히 지나갔고,

아무도 울지도 웃지도 않았다.


그런 날도 있다.

마법이 쉬는 날.

그리고 그날 밤엔, 나도 내 안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책을 천천히 펼쳤다.

글자들이 조용히 빛나기 시작했고,

책방의 공기는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루크는 내 무릎 위로 내려와 조용히 앉았다.

오늘은, 나도 위로받아도 되는 날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