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로 흐려진 나의 신념 붙잡기.
사회생활로 흐려진 나의 신념 붙잡기.
내가 생각하는 나의 이미지는 완벽하고 싶지만 어딘가 많이 허술한 푼수 느낌과, 길을 걸어가면서 혼잣말도 스스럼 없이 잘 내뱉는 엉뚱한 애. 매우 예민하고 감성적이라 상처도 잘 받지만 남을 웃기기 위해 얼마 없는 개그력을 불사 지르고, 반응이 좋으면 날아갈 것 같이 행복해하는 단순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반대로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의 이미지에 대해 듣는 것 또한 매우 흥미로워 하는 편인데 아주 가까운 사이(가족이나 친한 친구 등)가 아닌 타인이 말해주는 나의 이미지는 한결같았다. 차분하고, 꼼꼼하고, 어른스러운 이미지.
(내 이미지가 왜 이렇게 다소곳(?) 한 지 매번 생각해 보면 나의 이미지메이킹 전략이 잘 먹혀왔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쩌면 남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미움받을 용기가 부족한 나만의 이미지메이킹이었던 것 같지만 이로 인해 내 이미지가 소위 '꼰대'같은 느낌을 줘서 직장 동기들은 공감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 대화를 할 일이 생기면 나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지 나에게 먼저 사적인 대화를 시도하는 일이 드물다.(상사가 힘들게 하면 밑에 사람들끼리 뭉치기도 하는데 나는 그런 이미지가 아니다 보니 잘 껴주지 않는다)
이랬던 내가 최근 들어 회사에서 급격히 말도, 화도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상사가 다른 직원을 험담할 때 그냥 추임새 정도만 넣어 주었던 내가, 나도 타인에 대한 내면의 불만이 가득 쌓인 건지 뭔지 어느새 동조하며 맞장구치고 있는 빈도가 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나보다 높은 직급에 위치한 사람이 나에게 마치 공감을 원하듯 불만을 와르르 쏟아내면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요?" 할 수가 없으니 적당히 공감해 주고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 스스로 정한 선에서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었는데 요즘은 한 술 더 뜨고 있는 스스로 참 어이가 없고 실망스럽기까지 했다.
사실 나도 몇몇 사람들끼리 험담을 한다고 해서 본질만 흐려질 뿐 해결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저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를 서로 원하고 더 나아가 공감까지 바라는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쉽게 동조한 게 아닐까. 나 또한 내가 믿고 신뢰하며 지내는 사람들에겐 이런 것들을 원하고 공감을 바라며 대화하기 때문이다.
말이나 행동에 있어서 스스로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살아가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다 보면 '사회생활'과 '관계'때문에 '신념'이라는 것을 지키기 어려울 때가 훨씬 많다. 그래서 가끔은 밖에선 가면을 쓰지만 믿음과 신뢰가 두텁게 쌓인 사람들에겐 온전한 나의 모습을 보여주기가 쉬운 것 같다. 다시 생각해 보면 나만의 '믿음+신뢰가 있는 사람' 범위 안에 내 상사도 포함되고 있는 중이라서 예전보다 쉽게 내 속마음을 표출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 아닐까. 그렇게 해도 상대가 무조건적인 나의 편일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나의 이런 면들을 생각해 보니 '나도 착한 척하는 사람이네' 싶다가도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게 살아가지 않을까? 그게 아니라면 자신의 신념과 사회생활에서의 가면 모두를 지키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많으려나?' 궁금해지기도 한다. 후자 쪽에 속한 사람이 되고 싶다가도 금세 흐려지지만, 그래도 흐려진 나의 오래된 신념을 다시 조금이라도 지켜나가고 싶다. 신념이라고 하니 거창해도 나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생각과 도덕적인 부분들에서 스스로를 의심하지 않고 줏대 있게 살아가고 싶은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쉽게 흔들리지 않고, 깊은 뿌리를 내렸지만 유연한 가지를 뻗어내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주위 사람들에게까지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풍성한 나무가 되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