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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고래 Nov 16. 2023

개싸움

내친구 융식이

내 친구 융식이 집에는 눈이 부시게 하얀 진돗개를 키우고 있었다.


중학교 3학년 토요일이었다. 수업을 마치고 비포장 도로는 움푹움푹 들어가 비오는 날 버스라도 한대 지나갈 때면  고여있던 물이 이리 저리 튀어 학생들은 우산으로 비가아닌 흙탕물을 막아내기 여사였다. 그런 길을 시끌시끌 내려가는 중  융식이가  구미 고등학교 사거리쪽 우 시장에서 오늘 개싸움을 한다고 했다.  자기 집 개도 출전을 하니 같이 가서 응원을 하자고 했다.


그시절 별 볼 것도 딱히 할 것도 없던 시절이라 친구들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들뜬 마음으로 우시장으로 몰려갔다.


임시로 새운 가설 링위에 시뻘건 철조망이  사람 키 높이 만하게 타원형으로 둘러쳐져 있었고 벌써 안에는 피 흘리며 싸우고 있는 개들이 용맹스럽다 못해 공포스럽게 느껴졌다.


링의 가장자리 양쪽에서 개 주인이 자기 개의 목 쪽에 수건을 감싸고 있다가 심판의 호루라기 신호에 맞춰 수건을 풀면 개 두마리가 서로를 향해 철천지 원수라도  만난 양 뛰어가 물어뜯었다. 


개싸움은 그렇게 진행되었다. 마치 개싸움의 룰을 보여주듯 그러한 경기가 몇번이나 지나고 점점 더  열기가 고조 되었을즈음 드디어 융식이 아버지가 링위에 개를 데리고 올라왔다. 


하얀 털을 휘날리며 등장한 융식이네 진돗개는 멋있다 못해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ᆢ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친구들의 목청은 기대감에 한껏 높아져 있었다. 와아!

감탄사는 곧이어 응원으로 이어졌다.ᆢ 어쌰어쌰ᆢ 삐익...호각소리와 함께 흰털?  흰 갈기를 휘날리며  융식이네 진돗개가 링 중앙을 향해 박차 올랐다. 그리고  장내 침묵ᆢ 음....... 갑자기 침묵은 웃음으로 바뀌고 친구들의 시선은 일제히 융식이의 얼굴로 향했다 ᆢ붉게 물든 융식이 얼굴ᆢ


으례 개싸움이 시작되면  개는 상대의  목덜미를 공격한다. 한번 문 목덜미는 절대 놓아주지 않는다.  심판과 주인들이  스프레이 파스를 한참동안 뿌려야 정신을 차리고 물고 있던 상대를 풀어준다. 


그렇게 멋지게 뛰어나간 융식이네 진돗개는 우리의 응원소리를  한 몸에  안고 날아올랐던  우리친구 융식이의 개는 아니 별명이 금오산 호랑이었다는 융식이 아버지의 개는


상대 개의 목덜미를 뒤로한 채 지나쳐  상대개의 뒤로 돌아가 갑자기 그 많은 사람들 보는데서 짝짓기 포즈(붕가붕가)를 취하고야 말았다ㅠ


너무나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모두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것도 잠시  당황은 분노로 바뀌고  우리친구 융식이의 아버지는 수건으로 개를  때렸다 그러나 하얀 진돗개는 주인의 부끄러움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하던 짓을 계속했다  결국엔 스프레이파스 한통을 다 사용하고 나서야 종족번식의 본능을 물리칠 수 있었다  난 40년이 지난 지금도 그 표정을 잊을 수가 없었다. 불쌍한 내친구 융식이ᆢ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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