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업무용 차량이 모자라 20만 킬로가 넘은 십 년 된 포터를 단돈 이백에 구입했다
푸르죽죽한 차량 때깔이 전 주인에게 얼마만큼이나 고달팠는지를 여실히 느끼게 해 준다.
삐걱거리는 문을 조심스레 열고 다해진 시트에 궁둥이를 앉히니 차의 힘겨움이 대퇴부로 전달된다.
노새 한 말 울음소리를 몇 번이나 낸 뒤에 힘겹게 돌아가는 스타트 모터의 비명소리에 새 주인 또한 가슴 아프다.
늙은 할망구 틀니처럼 덜걱대는 기어 봉을 이리저리 퍼즐 맞추듯 억지로 끼워 넣고 출발해 본다.
천식
몇 백 년은 앓았을 것만 같은 가래 낀 기침 소리가 차량 꽁무니 쪽에서 들려오기에 혹시나 불 연소된 뿌연 매연을 길에 잔뜩 토하지 않았을까 걱정스레 고개를 돌려 보지만 다행히 이놈이 멀미는 안 한다.ㅋ
며칠을 그렇게 무심히 타고 다녔다.
오늘은 전 주인이 큰맘 먹고 달았을 법한 하지만 나에겐 존재감 제로였던 사제 오디오를 보곤 무심코 툭툭 치다 버튼이 눌러졌다.
웬 청량한 재즈음 ᆢ깜놀ㅋ 득템ᆢㅋ
인심 좋은 산동의 어느 커피숍 쥔장이 고생한다며 한잔 내려준 쌉싸름한 커피 한 잔과 멋진 노을을 준비하며 뉘엿뉘엿 떨어지는 발그레 한 저녁 석양의 운치ᆢ
시원스레 스쳐가는 가을바람과 재즈ᆢ캬ᆢ
왕후의 커피 걸인의 차로세ᆢ
이 순간만큼은 이념도 논쟁도 싫구나ᆢ
나의 늙은 로시난테야 기운을 내라ᆢ
오늘도 넌 나와 함께잖아ᆢ쿡ᆢ
함께하니 좋구나ᆢ 가자 풍차를 향해서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