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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른왕자 Nov 21. 2023

브런치 코칭

사춘기 아이가 달라졌어요 : 오늘도 달린다. 우리 아이들

                                    목차

01 오늘도 달린다.

02 Just Do it !  

03 내가 만들어 가는 나의 길  

04 달리기를 권한다. 사춘기 생활백서      

 



                     01 오늘도 달린다.


2023.11.18. 토요일 아침 06시 비장한 각오로 눈을 떴다. 코로나 이후 3년 만에 하프 마라톤(21.195km)를 뛰는 날이다. 일주일 전부터 오늘을 위해 물품을 하나둘씩 준비했다. 결전의 날을 위해 발가락 양말, 운동화도 신어보고 푹신 깔창도 주문해 놓고 바지와 윗옷 및 달리는 사람들만 아는 ? 꼭지 가리개도 준비했다.      


처음 뛰는 하프 마라톤은 아니어서 두려움은 없었다.

새로 물건을 구입 했다기보다는 코로나 이전에 함께 했던 물품들을 추억 속에 소환하여 낯선 기억들을 하나둘씩 완전체로 만들었다.


지금 이 글은 오랜만에 하프 마라톤을 완주하여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랬다면 이렇게 지면을 할애하여 글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고생한 오늘을 잊지 않으려고 완주 메달을 사진 찍어 SNS에 올리기는 했다.

3년만에 하프 마라톤(21.195km) 참가 꼴찌로 골인 !

이 글을 적는 진짜 이유는 우리 사춘기 아이들이 하루라도 빨리 마라톤을 시작하기를 바라는 소망 때문이다. 왜냐하면 마라톤이야 말로 사춘기의 고민을 한방에 날려버릴 만사형통(萬事亨通) 처방전이기 때문이다.    

 

아들을 두신 어머님들께 고하노니... 사춘기 남자 아이들은 호르몬이 왕성하여 풀어주어야 한다. 뭘 풀어 ? 달려야 모든 게 풀린다. 여드름도 없어진다. 달리기 전에는 모른다. 달려봐야 비로소 알게 된다. 게임에 열중하느라 인터넷 동영상 강의를 보니라 목이 휠 시간에 박차고 나가 뜀박질을 15분 하다보면 신세계가 펼쳐진다. 물론 사춘기 여자 아이들에게도 마라톤은 더더욱 모든 면에서 도움이 된다.




                           02 Just Do it !


무슨 일을 행동하기 전에 생각이 많다. 나에게 어떤 이득이 올지 따져보고 비교해보고 살펴보고 심지어 블로그에 SNS 평도 봐야한다. 꼼꼼히 캐내다보니 결정을 내리기 힘들다. NO ! 그냥 달린다. 아무 생각없이 달려야 한다.


Just Do it !       

목적을 두지 말고 효과를 따지지 말고 이익을 접고 다 내려놓고 그냥 달린다.      


사춘기 아이들은 공부에 대한 고민이 많다. 공부하기 전에 조명도 신경 쓰여서 밝으면 밝아서 어두우면 어두워서 문제이고 필기구는 이건 이래서 저건 저래서 신경 쓰이며 색색별로 필요하고 찐 공부 전에 부수적인 제반 사항들을 너무도 많이 관여한다.

이런 아이들에게 마라톤이 특효약이다. 달리기 전에 운동화 브랜드 신경 쓰고 양말 색깔 고민하고 어떤 포즈로 사진 찍어 SNS에 올릴지 미리 생각하고 마라톤 간식이 뭔지 기념품은 이번에 어떤 것인지 고민하다보면 마라톤의 본질이 흔들린다.   

   

공부할 때는 책과 나 = 달릴 때에는 달리는 자기 자신 하나.      


이렇게 심플하게 다 내려놓고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이것을 도와주는 것이 바로 마라톤이다. 테니스 선수는 랭킹 상금보다 테니스공에 집중해야 하고 축구선수는 축구공에 야구선수는 야구공에 답이 있다. 그래야 자기 자신이 보이게 된다.



                  03 내가 만들어 가는 나의 길


주위에서 필자에게 왜 달리느냐고 묻는다. 걷기도 힘든데 달리기는 더 힘들어 보인다고 하고 무식해 보인다고도 한다. 폼 나려면 골프채 하나 정도는 휘둘러야 남 보기에도 좋고 멋진 드라이브 샷이 있어야 SNS에선 최고일 것이다.        


그렇다. 무식한 게 맞나 보다. 이번 하프 마라톤도 그랬다. 영하– 4도 추위에 차디찬 강바람을 맞으며 숨이 가쁘고 오랜만에 뛰다보니 18km 지점에서 양쪽 허벅지에 경련이 일어나 너무나 힘들었다. 아픈 다리를 질질 끌고 꼴찌로 결승선에 들어왔다. 마라톤 꼴찌의 맛은 색달랐지만  패배감과는 다른 기분이었다. 3년 만에 다시 뛰다보니 정말 생고생을 했다.         


필자가 꼴찌임을 인식하게 된 계기는

1) 뒤돌아보니 필자 뒤에 뛰어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2) 행사 스태프 들이 트럭에 물품을 싣고 정리하며 따라옴

3) 결승선에 있던 아치는 이미 사라지고 필자가 맡긴 물품만 남아 있었음


그래도 3시간 안에 들어오면 완주 메달은 주기 때문에 3년 전 기록보다 35분 늦게 들어와 간신히 하프마라톤 완주 메달은 받았지만 결승선 통과 후 찬 바닥에 쭈그려 앉아서 허기진 배를 간식으로 채우는 모습은 필자 스스로 생각해 봐도 처량해 보이고  동네 거지와 다름 없었을 것이다.

주위에서 이 고생을 왜 사서 하느냐고 반대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마라톤을 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      


필자의 삶에 결핍(缺乏)을 몸으로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늘 원하는 풍요와 만족은 한계효용(限界效用) 체감의 법칙에 의해 그 만족도가 감퇴된다.   


‘효용(utility)’란 물건이나 서비스 등 재화를 소비함으로써 얻는 만족감이며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Law of Diminishing Marginal Utility)은 어떤 재화나 서비스를 소비할 때 계속되는 추가 소비로 얻게 되는 만족감이 감소한다는 원리이다.      


고민이 많아 삶이 무거워지고 풍요가 넘쳐 불만이 가득할 때 마라톤은 그 무엇하나에도 감사할 줄 하는 인생의 큰 교훈을 몸소 깨닫게 해주며 한계효용(限界效用) 체감을 막는 지름길이다.     

 

또한 필자가 마라톤을 하는 이유는 달릴 때 마음껏 울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이가 들다보니 어떤 때는 이유 없이 눈물이 날 때가 있다. 뭔지 모르지만 감정이 격해져서 눈물이 막 쏟아 질 때가 있다. 부모님을 떠 올릴 때나 슬픈 영화를 보면 과하게 눈물이 솟구친다.


마음에 응어리지고 억울하고 화나고 슬픔이 쌓여 술로도 주체 할 수 없을 때 필자는 참았던 눈물을 흩날리며 달린다. 달리는 속도에 눈물이 방울방울 허공에 흩날린다.       


무엇이 그렇게 슬프냐고 물으신다면...

‘삶은 달걀이고 인생은 맙소사’ 라고 말한다.      


계획을 안 세우자니 목표 없이 휘둘리는 필자 자신이 싫었고 계획을 세우고 진행하자니 타인과 함께하는 일은 늘 변수가 많았고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이제껏 PD로 첫 직장인 방송국에서 버티고 있는 것도 대단한 일이라고 주위에서 말한다. 그래도 미련이 많고 여러 가지 상념에 뇌가 무거워 질 때면 지구상 그 어떤 운동보다 마라톤이 최고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04 달리기를 권한다. 사춘기 생활백서  


필자는 사춘기 우리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마라톤을 권한다. 요가, 필라테스(Pilates)도 좋지만 그냥 마라톤만으로도 충분하다. 달리면 알게 된다. 달리기 전에는 모른다. 달려봐야 비로소 알게 된다.

3년만에 하프 마라톤(21.195km) 참가 꼴찌로 골인 !

삼세지습 지우팔십(三歲之習至于八十) 이라는 말이 있다. 세 살 버릇이 80세까지 간다고 하는데 사춘기 아이들이 마라톤을 하루라도 먼저 시작한다면 80세까지라도 달릴 수 있고 80세 이후에도 모든 부분에 만사형통(萬事亨通) 하게 될 것이다.      


사춘기 아이들이여 ~ 오늘 우리 모두 달려보자.       


- 어른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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