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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숙 Feb 22. 2024

단상 2.

<글 쓰는 방법>

          


오전 수업이 있는 날.

부슬비 내리는 강의실 창밖 먼산위로 

 운무가 가득 차올랐다.

무진기행을 김승우 작가가 보았다면 이 모습 또한  적군이 밀려온다고 표현했을까.


 전쟁없는 시대를 살고있음이

여간 다행스러운게 아니다.


학습자 한분은 그 곳의 위용과 아름다움에 대해

알프스 산이 따로 없다고 했다.


현재 주변의 경치를 아름답다고 느끼고 있다것은

그 분의 현재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당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중년의 여유롭고 안정된 삶으로

같은 생각을 갖고 모인 이 자리.

우리가 만나는 이런 수업 시간이  

기다려지는건 당연한 일이다.


부슬비 내리는 날씨마저 아름다운 오늘.  

수업 중간 중간 운무가 쌓이는 밖 먼산을

곁눈질하고 계셨을 학습자분들께 수업을 마치 점심을 권했다.

예상치 못한 그야말로 번개팅이었.


'식사 후 커피는 필수(食事の後でコーヒーはつきもの)!'

 커피숍에 들러 아메리카노 향을 느끼며 

알맞게 구워진 빵 몇 조각을 앞에 놓고

우리는 구수하고 달콤한 대화를 이어갔다.

늘의 주제 역시 '지금이 제일 행복하다' 였다.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 오늘도 고생하신 학습자 분들께 수업자료를 올리면서

전에 써 두었던 '글쓰기'에 관한 글을 올려보기로 한다.





 오늘도 '글쓰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본다.


퇴고(推敲)”라는 말이 있다.

이럴 때 한자 앞에 친절히 한글을 달아주는 것은 독자에 대한 모욕이라 한다.


아무튼 이 한자는 堆(쌓을퇴) 推(밀추) 두 가지 뜻이 있다.

때문에  '추고'가 될 단어가  '퇴고'란 말로  탄생됐으니, 이 말이 생겨난  이유를 적고자 한다.


어쨌든 우리는 원고를 다듬는 것을 '퇴고'라고 한다.

그런데 어째서 ‘퇴고’라는 말이 생겨났을까.


원래 당나라 시인 ‘價島(가도)’라는 사람이

 “僧鼓月下門(승고월하문): 중이 달 아래에서 문을 두드리다”라는 시구를 얻어,

두드린다는 뜻의 ‘敲’(두드릴고)를 놓고, 이 싯귀를 그대로 둘까,

문을 민다는 뜻의 ‘推’(밀퇴)로 고칠까 심사숙고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韓愈(한유)란 사람의 권유로 '敲'로 정했다는 故事가 있으니,

단어 하나가 생기는 유래를 생각해보면 여간 재미있는 일이 아니다.


글 쓰는 방법을 적다보니 

어쨌든 좋은 글이란 것이, 무슨 말을 썼는지도 모를 정도로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말을 쓰거나

아름다운 말로 꾸며져야 좋은 글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글은 쉽게 읽혀저야 한다고들 하니

쉽게 읽힌다는 것은 힘 안들이고 썼다는 뜻이 아니라, 

힘 안 들이고 편하게 읽혀지는 글일수록 힘들여 쓴 글이라는 것이다.


쉽게 쓴다는 것은 꾸미지 않는 것을 말하는데,

이는 아름답게 쓰려고 하지 않고 간결하고 담백하게 쓴다는 말일 것이다.


이와 관련해 '꾸미지 않는 글'에 대한 어디선가 읽었던 이어령 박사님의 경험담 소개하고자 한다.




이어령 박사님은 어느 날 초등학생들의 白日場 심사위원으로 초대되었다고 한다.

심사 도중 아이들의 글 솜씨가 얼마나 좋았던지 우열을 가릴 수가 없어 난감해 하던 차에,

한 아이의 글이 눈에 띄었고, 그 아이의 글을 뽑아 1등상을 주었다고 한다.      


물론 다른 아이들의 글 또한 너무나 유려했지만 극성스런 부모님들의 대필작것이 뻔했다.   

  

아이의 글은 이러했다.

할머니와  단 둘이 살고있던 그 아이는 학교에 다녀 온 후 

집에서 키우던 작은 닭이 없어진걸 고, 깊은 슬픔에 빠져있었고


그리고 그날 일기 말미에 오늘 삼계탕은 정말 맛있었다.” 라고  적어 놓았다고 한다.  


이렇게 글이란  "어린아이의  순수함으로.

 모습처럼 발가벗은 그런 깨끗함으로 티 없이 맑게 쓴글"이어야 좋은 글이라 했다.


이어령 박사님의 글쓰기와 그 아이의 '순수한 글'의 의미를  생각하며

오늘  일과의 마침표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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