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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숙 Dec 07. 2023

면역력 저하와 예방접종의 중요성

<대상포진, 독감, 코로나 접종>


나이가 들수록 면역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건 신체적인 노화뿐 아니라, 정신 또한 노화되어 간다는  의미일 것이다.


평소 건강에 대한 자신이 별로 없다고 생각해 오던 차에, 주변 또래들이 복용하고 있는 약의 개수와 병원투어로  할애하는 시간이 많다는 것을 알게되면약하다고 생각했던 내가 오히려 건강한 것이 아닌가란 생각을 하게 되면서 건강에 대해 어느 정도 자신감마저 생기게 되었다.  


그런데 몇 달 전, 장기 여행을 앞두고 심한 몸살감기를 앓게 되면서 병원을 찾게 되었다. 당시 담당의사는 이 정도는 아픈 게 아니고, 나를 쉬게 하는 고마운 몸의 신호이니, 많은 활동을 자제하라는 처방을 내렸다.


나이 들어 아프단 말은 동정의 대상거리도 되지 않는 것인지 이 정도는 아픈게 아니라니, 정말 나이가 들면서 서러움은 커져만 간다는데 남의 일이 아닌듯했다   하지만 일단 큰 병이 아니니 다행이라 안도했다. 그럼에도 나이를 생각해 준비를 철저히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평소에 좋아하지 않았던 영양주사까지 맞고 돌아왔다.


그동안은 '공부가 노후대책'이라 외치고 다녔었다. 나를 외롭게 하지 않는 친구가 되어줄 것이란 믿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나에게 더 중요한 노후대책을 간과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해마다 찾아오는 추위를 이길 건강을 위한 월동준비가 우선이겠구나 라고 생각되었고 건강악화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필요한 나이이니 만큼 예방차원의  면역주사를 알아보는게 급 선무였다.


병원 벽에 붙어있는 접종 리스트 중에 가장 시급한 것이 일단 대상포진이었다.

대상포진수두나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상태로 존재하고 있다가 다시 활성화되면서 발생하는 질병이다.  생각해 보니 나는 대상포진을 두 번이나 겪은 유경험자였다.     


낮이나 밤이나 잠을 안자고 울기만 하는 아이를 키우면서 잠을 안 재우는 고문보다 심한 고문은 없을꺼라는 생각으로 버텨올 당시, 등에 두드러기가 심하게 번져 병원을 찾게 되면서 처음으로 그것이 대상포진이란 걸 알게 되었다.  


등 한쪽에만 넓게 퍼진 수포로 인해 척추 한쪽 전체면에 살색 파운데이션 같은 크림 약을 넓게 펴바르고 아이를 등에 업은 채, 밤낮으로 우는 아이를 업고 시장 한복판을 하염없이 걸어다니며 시간을 때우던 그 고생이라니, 지금 생각하면 내 자식이 아니라면 그런 고생을 어찌 감당했을까.



  그리고 몇 년이 지난 후, 한 번의 대상포진이 또 찾아왔다.

분명 대상포진은 평생 한번만 발병한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설마하고 다시 병원을 찾았다.

   


당시는 학회 논문발표다 뭐다 뒷골이 땡기고 이마저 끊어지면 끝이겠지 라는 고비를 수없이 감지하며 보낸 시간이었다. 그게 뭐라고,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바보같은 이었다. 병원에 갈 엄두는 내지도 못했으니 말이다. 아무튼 힘든 논문과정을 다 마치고 병원을 찾은 나에게 의사는 면역체계가 마치 70세 노인과 같이  무너졌다며 온갖 영양제를 처방해 주었다.


그리고 다행히 처방해준대로 약을 꾸준히 잘 지켜 먹은 몇달 후 정상의 몸을 회복할 수 있었다.

    

당시는 지금보다 한살이라도 젊었던 시절이고 지금은 버텨낼 힘조차 없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대상포진 접종 가격은 만만치 않았다. 2차까지 맞아야하는 금액은 한번에 25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픈 고통보다 무서운 게 또 있으랴.


병원을 찾는 일도 상당히 번거로운 일임에도 예방 접종만은 철저히 해야 할 일이었다. 주저할 일이 아니었다.     


그날이 9월 22일. 나는 99% 예방해 준다는 1차 대상포진 접종을 맞고, 그사이 독감주사를 맞은 후 2차 대상포진을 11월 27에 맞았다. 후유증은 예전의 코로나 접종에 비하면 맞았다는 느낌조차 없었으니, 이젠 내 평생 대상포진으로 걱정할 필요는 없을 거라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그저 밥잘먹고 운동 잘하면 그만이지 물리적인 것들에 의존하지 않겠다던 나는  세월에 떠밀린 연약한 인간이 되어있었다.


죽을 때까지 어떤 바이러스도 나를 침범하지 못하겠지. 이번 예방접종 만으로도 플라시보와도 같은 몇백배의 효과를 본 듯하니, 올해 나의 월동준비는 이것으로 끝난 셈이다.      


독감주사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도 있다. 주사를 맞고 난 후 오히려 독감에 걸린 것 이상으로 아팠던 기억으로 독감 주사만은 고사해 왔지만, 이번 주사 만큼은 아무 탈 없이 잘 지나갔다.      


세월의 폐잔병이 된 느낌이랄까.

멀리하면 얼어 죽고, 가까이하면 타 죽는다는 인간관계와도 같이, 병원 역시 가까이할 필요는 없지만 너무 멀리해서도 안 된다는 생각이다.     


추위가 고개를 내미는 요즘, 여러 분들의 건강을 책임져줄  예방접종에 대한  인식은 어느 정도인지 자가진단이 필요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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