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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숙 Dec 24. 2023

모방 속에 자리한 존경과 겸허

<우키요에를 모방한 모네와 고흐를 떠올리다>


  일어나자마자 머릿속은 미로를 헤매고 있는 듯 무언가 풀지 못한 일이 있었던 것 같은 묘한 감정에 휩싸인다. 할 일이 많았던 것 도 같고 막상 꼭 해야 될 일은 뚜렷이 없는 것도 같았다.       


모든 생활이 취미라 생각했기 때문인가. 아니 즐겼기 때문인가. 이걸 ‘번 아웃’ 상태라 하는 거겠지. 커피만 들이켜며 계속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는 나를 보며 자기 검열에 들어가 보았다.      


내가 이번 방학을 기다린 것은 부족한 그림, 그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어반스케치’라는 장르의 그림을 모방해 그려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일이 끝나자마자 펜을 잡고 집중하는 듯하다가 잘 풀리지 않는 덤불 표현에서 그만 자신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수묵으로 잘 표현됐던 것인데 시간의 문제일까  실력의 문제겠지만 펜으로의 표현은 영 엉망이었다.


역시 경험상 가장 어려웠던 것이 수묵화였고 그것을 피해 택해봤던 것이 한국화 물감으로 끄적이던 '세필화(細筆畵)'였다. 말이 세필화이지 한국화 붓을 여러 가닥으로 벌려 표현하는, 예전 곱슬머리 밥 아저씨의 필법을 흉내 낸 그런 방식의 그림이었다.  


대청호의 가을: 30호 (세필화)


먹의 깊은 맛을 알기에 물감에 먹은 조금이라도 섞어 사용했다. 먹 마니아의 견해에 불과하지만 그래야 가볍지 않은 그림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오늘 브런치 작가님들의 스케치를 따라 하려니, 갑자기 일본의 우키요에를 몹시도 사랑해 이를 모사한 유럽 화가들이 생각났다. 당시 우키요에를 따라 했을 '모네'나 '고흐'의 심정이 지금의 내 심정과 같았을까.


네이버 :편집 (안도의 작품을 모방한 고흐의 작품)


  지금은 어반스케치를 하는 펜스케치 작가들이 무척이나 존경스럽다.


아무튼 모방의 대상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재차 다짐해 본다.

 “모방은 창작의 어머니!, 바위 위에서 삼 년(石の上にも三年)!, 마행처 우역거(馬行處 牛亦去)! 고비가 있을 때마다 외웠던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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