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북생아빠 Feb 15. 2024

지친 아빠와 아이의 공동성장을 이끌어준 책육아

브런치 작가 승인 기념 첫 발행 에세이

  어떤 아빠가 좋은 아빠일까? 승진이 빠르고 돈을 많이 벌면? 아이와 시간을 많이 보내면? 직장에서든 아빠로서든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인정받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다. 하지만 한정된 에너지를 어떻게 안배하느냐에 따라 나의 성장과 자녀와의 관계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깨달았다. 2022년과 2023년의 나는 달랐다. 책육아를 통한 변화의 시간을 정리해 보려 한다.


  2022년엔 에너지 대부분을 직장에 쏟았다. 생소한 분야에서 새 직책을 맡다 보니, 성과를 위해 몸을 혹사시켰다. 자연스레 몸과 마음이 지쳐갔다. 스트레스로 잘 먹지도 못하여 일시에 몸무게 7~8kg이 빠지기도 했다.

 복잡한 생각으로 새벽에 잠이 깨면 다시 잠들기가 어려웠다. 그나마 '살기 위해' 걷기 운동이라도 시작했다. 새벽에 눈을 뜨면 공원을 달렸고, 퇴근 후엔 꼭대기 층까지 계단을 올랐다. 걷기 운동은 확실히 생각 정리에 도움이 되었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영상을 도피처로 삼기도 했다. 각종 OTT를 섭렵하며, 드라마와 영화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공허한 마음은 여전했고, 직장에서의 성과나 가족과의 관계에 도움 되는 것도 아니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위안을 삼았지만, 여전히 에너지는 바닥 수준이었다. 나 자신과 가족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일단 나와 자녀를 위해서라도 영상 대신 책과 함께 하는 북생(BOOK生)을 마음먹었다. 마침 초등학교 학부모 독서모임이 생긴다길래 참여해 봤다. 은근히 삶에 활력소가 되었다. 둘째 아들이 글자를 익힌 뒤로는 책을 잘 읽어주지 못했는데, 그림책이라도 읽어주려 노력해 봤다. 어느 날 그림책을 읽어준 뒤 둘째에게 물었다.

혼자 읽는 게 좋아?
아빠가 책 읽어주는 게 좋아?”
당연히 읽어주는 게 좋지.
혼자 읽으면 글자 읽기 바쁜 데,
아빠가 읽어주면
그림을 자세히 볼 수 있어서 좋아!

  이론으로만 접하던 책읽기 효과를 생생한 아이 목소리로 들으니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 후 책 읽어주기에 더 욕심을 냈다. 짧은 그림책은 저학년 동화 시리즈로 이어졌고, 작가와의 만남도 열심히 찾아다녔다. 책 읽는 재미를 느끼자 점차 읽기 독립을 하는 것이 느껴졌다. 아이의 성장에 조금이나마 일조한다는 사실에 나 스스로도 놀랍고 뿌듯했다.

  중학생이 된 첫째 아들은 또 다른 상황이었다. 읽어줄 수도 없고, 책 좀 읽으라는 잔소리는 약효가 떨어졌다. 첫째와도 변화를 함께 하고 싶었다. 학부모 독서모임에 참여하며 느낀 것이 떠올랐다. 그래서 첫째에게도 제안해 봤다.

친한 친구들이랑
독서모임 해볼래?”
생각해 볼게!

라는 대답이 따라왔다. 그 틈을 파고든 건 아이 엄마였다. 아이 엄마는 특유의 추진력으로 바로 독서모임 멤버를 꾸렸다. 책 선정은 문학과 비문학을 번갈아가며 고르되 엄마랑은 왜 말이 안 통할까? 등 호기심을 자극하고 공감을 살만한 책 위주로 골랐다. 다행히 아이들도 잘 따라와 줬다.

  한 번은 첫째아들이 《페인트》앞 부분에서 몰입하기 어려워하는 모습이 보였다.

일단 50페이지만 꾹 참고 읽어봐,
그 뒤부터는 알아서 읽게 될걸?

 하고 말해주었고, 정말 50페이지를 넘기자 읽는 집중력이 달라지는 게 보였다. 한 달 후《아몬드》를 읽고 있을 때

잘 읽히니?

라고 물었을 땐

아직까지는 잘 읽히지 않아!

라는 대답을 들었다.

내심  말이 반가웠다. 아직 잘 읽히지 않는다는 건, 앞으로 빠져들 걸 기대하는 마음이 담겼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렇게 첫째도 조금씩 책의 재미를 알아가며 성장하는 게 보였다. 아이들도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며 책 읽는 재미를 알게되었다고 고백한다. 나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즐겁다. 이때가 아니면 언제 이렇게 얘기할수 있으랴.

  독서 인풋이 쌓이면 글쓰기 아웃풋으로 이어지는가 보다. 나는 블로그를 시작했고, 둘째 아이는 학교 선생님 지도하에 포스트잇에 짧은 문장을 적어보더니 금세 노트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일상에서 글감을 찾고 기록하며, 오늘을 더 귀하게 바라보게 되었다. 가끔은 출판사로부터 신간도서를 제공받아 남들보다 먼저 읽고 서평을 블로그에 올리기도 하는데, 그 기쁨도 쏠쏠하다. 첫째 아들과는 아직 쓰기 관련 활동까지는 못 하고 있지만, 독서모임에서 차차 쓰기 활동연결보려 한다.

  한정된 에너지를 직장과 영상에 쏟았을 땐 성장의 기쁨이 없었고 대화도 쉽지 않았다. 좀 더 나은 아빠가 되기 위해 책육아를 시작해 보니 아이들뿐 아니라 아빠도 함께 성장했다. 아이 엄마도 이런 활동에 지지해주며 부부간 신뢰와 사랑의 소통에도 도움이 됐다. 독서와 글쓰기 씨앗을 심었더니 생각의 뿌리가 자랐다. 이젠 뿌리가 깊이 자란 만큼 크고 풍성한 나무가 되기를 상상해 본다. 아빠의 책육아가 이렇게 효과 좋은 줄 미처 몰랐다. 혼자만 알기 아깝다. 그래서 뜻이 맞는 엄마아빠들과 책육아를 공유하며 인증하는 정글북(정성스레 글 읽어주는 엄빠의 북) 책육아 밴드도 만들어 보았다. 함께 하면 더 큰 힘이 될 것이다. 책육아를 통한 수많은 엄마아빠와 자녀들의 공동 성장을 기대하고 응원한다.

http://band.us/@readingmomdad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