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를 이해할 때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할 단어는 사실 빚이다. 그런데 '빚'이라고 하면 이미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뉘앙스가 덕지덕지 묻어있으니 요즘은 이것을 '지렛대', 영어로 '레버리지 leverage'라고 하는 것 같다. 특히 이 개념은 최근 우리나라에서 롭 무어가 쓴 책,「레버리지」가 유행하면서 더 많이 쓰이고 있다.
레버리지, 즉 빚의 의미는 나 혼자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이루기 위해 빌려오는 '타인의 힘'을 뜻한다. 때문에 빚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단순히 은행에서 빌린 돈의 힘만을 뜻하진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고도 위험한 빚은 사람을 고용해 사업을 하는 것이다.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이자라는 비용을 내듯 사람을 고용할 때는 임금이라는 비용을 지불하고 노동력을 빌려온다. 내 돈을 들여 다른 사람이 생산한 재화나 서비스를 사 오는 소비활동도 빚이다. 이 경우 가격이라는 빚의 대가를 지불하고 다른 사람의 생산능력을 잠시 빌린다. 예를 들어 설렁탕을 먹고 싶을 때 내가 직접 만들어 먹으면 그것은 빚을 활용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맛있는 설렁탕을 끓이는 데에는 어마어마한 시간과 소의 뼈, 고기 값이 들어간다. 때문에 시간과 비용을 아끼고자 설렁탕 값 만원을 내고 설렁탕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요리 실력과 서비스를 빌려오는 것이다. 돈과 노동력을 포함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빌려주거나 빌릴 수 있는 빚의 대상은 크게 네 가지다.
1. 돈 (은행 같은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통해 빌릴 수 있음)
2. 공간 (보증금과 임대료를 내고 빌릴 수 있음)
3. 노동력 (사업을 할 때 타인을 고용함으로써 빌릴 수 있음)
4. 재화와 서비스 (가격을 지불하고 소비를 함으로써 빌릴 수 있음)
정리하고 보니 문명화된 자본주의 사회는 어찌보면 빚으로 이루어진 사회이자 더 나아가 빚 그 자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 책「레버리지」에서도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 잘하지 못하는 것은 위임하라.'는 메시지로 빚의 대상이 매우 광범위할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다만 이 책의 훌륭한 서술들과는 다르게 최근 초저금리 시대를 지나면서 이 책이 많은 대중들에게 심각하게 잘못된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도 같다. 마치 이 책이 남들보다 빠르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비법이라도 알려주는 것처럼. 물론 이 책의 저자는 빚을 활용해 매우 빠르게 부자가 된 사람이기도 하고 이 책의 마케팅도 대중들을 그렇게 잘못된 방향으로 이끄는 데에 책임이 있기도 하다. 네이버 도서에서 검색해 책의 표지만 보더라도 "돈은 그렇게 버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언하고 있다. 이 문구는 실제 서점에 가보면 표지를 두른 띠지에 인쇄되어 있다. 마치 빚을 활용해서 돈을 벌지 않으면 바보 같은 삶을 사는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참고. 네이버 도서_ 「레버리지」 2023.02.15 발행본 표지, ]
실제로 검색엔진에서 "레버리지 서평" 혹은 "레버리지 독서 후기"를 검색해 많은 사람들의 후기를 살펴보더라도 레버리지의 위험성과 효용성을 균형 있게 보는 입장보다는 레버리지의 효용성만을 생각하며 빚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은 자신의 지난 삶을 반성하거나 한탄하는 후기가 매우 많았다.
하지만 지금부터 서술할 글에서는 빚을 잘 활용했을 때 우리의 인생 전반에 엄청난 효용성을 가져다준다는 것은 분명히 인정하면서도, 빚에 대해 다른 관점을 취한다. 다른 관점이라기보다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시선에서 기본에 충실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 관점은 두 문장으로 압축된다.
[모두를 위한 빚 활용 기본원칙]
1. 빚은 최후의 보루다. 사용하지 말아야 할 이유, 혹은 사용했을 때의 위험요소들을 먼저 정리하고 사용해야 할 이유가 그것들을 압도할 때에만 사용하라.
2. 돈을 함부로 빌려주지 마라. 부득이하게 빌려준다면 확실한 담보와 계약이 없다면 절대 하지 마라.
3. 평소 나의 신용관리를 잘하라. 어떤 돈도 밀려서 갚거나 내지 말라.
4. 만약 돈을 빌려야 한다면 제1금융권과 "서민금융진흥원 등의 공공금기관"을 먼저 알아보라.
핵심은 빚을 '잘 사용하라'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절대로 빚지지 않겠다'는 관점도 문제 소지가 있지만 최근 들어서는 빚을 함부로 사용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이 더욱 큰 문제일 수 있다. 사회 절대다수에게 있어 레버리지를 활용할 때 중요한 것은 적극적으로 활용해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잘못 사용해서 돌이킬 수 없는 가난에 빠지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빚을 사용하더라도 위험관리를 하면서 시의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관점 수립이 급선무이며 빚을 활용해 내 집을 마련하거나 혹은 그것 조차 넘어 빚을 활용해 빠르게 부를 얻어가는 것은 그 다음 발걸음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빚에 대해 보수적인 관점을 취하는 이유는 필자의 경험 때문이다. 필자는 정부에서 소득과 자산이 많지 않은 국민들을 대상으로 주거안정을 지원하는 버팀목/디딤돌 대출의 사후관리를 3년 넘게 담당하며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방식으로 빚을 활용하는 사례와 관련 데이터들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 많은 사례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생각보다 많은 집들이 경매이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빚을 못 갚았을 때 강제로 집을 처분하는 제도가 경매이므로 경매이력이 많다는 것은 빚을 잘못 활용해 강제로 자산을 뺏긴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또 대출을 활용해 투자하면 절대 안 되는 대상인 주가지수 연계 레버리지 ETF나 가상화폐를 신용대출을 잔뜩 끌어다가 투자하는 주변 사례를 2020년 이후 빈번히 목격하고 들었다.
빚을 잘못 활용하는 사례는 돈을 빌리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사업은 임대료를 지불해 공간도 빌리고 임금을 주며 사람도 빌린다. 사업은 부동산도 빌리고 사람도 빌리고 많은 경우 돈도 빌리는 빚 그 자체이다. 그런데 중소기업 벤처부에 따르면 창업기업의 5년 내 폐업률은 66%, 즉 3분의 2다. 게다가 정식으로 기업으로 발돋움한 기업의 현황이 이 정도고 조그마한 가게를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의 5년 내 폐업률은 거의 90%에 육박한다. 이것은 부자가 되지 못한 사람들의 비중이 아니다. 10년 동안 살아남았어도 폐업만 안 했을 뿐 근근히 버티고만 있거나 최소한 부자는 아닌 기업가, 자영업자는 해변의 모래알처럼 많다.
앞서 설렁탕 사례를 들며 재화와 서비스 역시 빚의 대상이라고 했다. 분명 자기 스스로 부에서 자유롭고 행복하다는 고백하는 사람들은 우리나라에서 드문데, 거리에는 오피스텔 한 채 값과 육박하거나 그를 훨씬 넘는 차가 매 순간 도로를 지나다닌다. 필자가 2008년 대학교에 입학하며 서울에서 주로 생활하다보니 서울에는 외제차가 많다는 것에 놀란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그때에도 이렇게 발에 채일 정도는 아니었다. 기껏해야 대학로 대로가 보이는 카페에 있으면 1시간 동안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지나다녔을 뿐이다. 지금은 사방에서 빚을 아주 많이, 그것도 자신의 부를 깎는 형태로 활용하고 있다. 요컨대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을 잘 들여다보면 「레버리지」에서 서술한 것처럼 사람들이 레버리지를 활용하지 않아서 문제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레버리지를 함부로 사용해 큰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다. [모두를 위한 빚의 활용 기본원칙] 1번은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나왔다.
[모두를 위한 빚의 활용원칙] 2번은 빚의 활용대상 중 돈에 국한된 이야기다. 내 노동력을 함부로 빌려주는 행위, 그러니까 임금만 준다면 가리지 않고 이일 저일 해보는 것은 근로계약서만 잘 쓰면 도중에 그만두더라도 인생의 소중한 경험이 된다. 이번에는 재화나 서비스를 함부로 빌려주는 행위, 예를 들어 무료로 내가 만든 물건이나 내 아이디어를 활용하는 행위도 그 자체로 아름다운 일이거나 이 역시 나에게 어떻게든 큰 경험이 된다. 하지만 돈만은 다르다. 돈을 함부로 빌려주고 실패할 때는 돈 뿐만 아니라 사람까지 잃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돈을 잃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때가 있다. 꼼꼼히 따지고 검토해 투자를 했는데 실패했을 때가 대표적인 예시다. 그러나 그것은 '함부로' 빌려준 것이 아니기에 경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꼼꼼히 따지고 해도 돈을 빌려서 실패했을 경우 다시 일어서지 못할 정도로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물론 우리가 집을 살 때 대부분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아서 내 집마련을 한다. 그래서 확실한 담보와 대출계약으로 이뤄진 주택담보대출은 잘 활용할 경우 소중한 내 집마련의 원천이 되고 나 역시 그렇게 활용해 너무나 만족하며 살고 있다. 그런데 그것 역시 집을 꼼꼼히 알아보지도 않고 대출 이후의 자금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않으면 집이 경매로 넘어가 자산을 모두 잃고 빚만 남는 위험을 떠안게 된다. 따라서 집도 꼼꼼히 알아보고 대출을 어떻게 갚을지에 대한 계획도 건전하게 세워져 있어야 한다.
돈을 빌려주는 것에 있어 제일 하지 말아야 할 일은 가족끼리, 혹은 지인끼리 '의리로' 빌려주는 것이다. 은행에서 지점 업무를 할 동안 나는 2 금융권에 고금리 빚을 져 허덕이는 사람들은 더 낮은 금리 대출로 바꾸어 안착하는 것에 가장 큰 중점을 두며 업무를 했고 이런 바람직한 행위가 은행에게 사회적 정당성과 수익성을 모두 안겨다 줄 것으로 생각했다.
(실제로 은행이 고금리로 허덕이는 사람들을 돕기 위한 적극적 행동이 바람직한 것임은 물론 은행의 수익성을 높일 것이라는 나의 이 가설은 전국 은행 중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취급 비중이 가장 높고 그 접근 방법도 나의 관점과 흡사한 전북은행의 우수한 재무적 성과를 통해 검증되었다. 금융으로부터 소외된 사람들도 돕고 기업의 수익성까지 높인 좋은 사례라 할 것이다. 다만 이런 전북은행의 성공사례를 일부 언론은 "이자 장사"라고 깔아뭉개기도 했다. 이런 기사는 언론사 마저 우리나라의 금융문맹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아픈 현실을 일깨워 준다.)
그런데 이러한 관점을 갖고 업무를 지속하는 와중 적극적으로 도움의 손을 내밀지 않게 된 사람들의 특징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남을 돕기 위해 2 금융권에서 고금리 대출을 빌렸다.'고 말했을 때이다. 여기서 남이란 거의 90% 이상 가족이었다. 부모님이나 형제, 자매의 사업을 돕기 위해 자신이 감당하기 힘든 고금리의 대출을 빌린 것이다. 그 돈을 빌린 가족들의 말은 대부분 '금방 갚겠다, 갚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막상 빌려준 당사자는 빚이 빚을 낳아 저축은행과 신용카드사에서도 돈을 빌려 다중 채무자가 된 경우도 많았다. 처음에는 가족을 돕기 위해 정말 그 뒤의 일을 잘 모르고 선량하게 고통을 받고 있다고 생각해 조금 더 낮은 금리의 대출로 기존 2 금융권의 대출들을 갚게 도와주고 그걸 수개월 이상 잘 나눠 갚으면, 또 가족들이 정말로 돈을 줘서 대출을 갚아주면 신용도가 올라가 더 낮은 금리로 도와줄 수 있다는 점 등을 자세하게 컨설팅했다. 하지만 이런 고객들 중 가족들이 돈을 조금이라도 돌려준 사례는 적어도 내가 일할 동안에는 한 건도 없었다. 또한 기껏 더 낮은 금리로 갈아 태워드렸더니 그새 또 가족을 돕기 위해 저축은행에 또 돈을 빌려 더이상 도와주기 어려워진 고객들도 있었다. 이런 케이스를 두 번 정도 겪고 나니 무려 2 금융권에서 돈을 빌려 가족을 도와줬다고 하는 분들은 선뜻 적극적으로 도와드릴 마음이 나지 않았다. 아니, 금융인으로서 절대 그럴 수 없었다. 그분들을 도와드린다고 하는 자금의 원천은 내 것이 아니다. 절대 원금을 잃지 않으리라 확신하고 예금과 적금에 돈을 맡긴 또 다른 사람들의 소중하기 그지없는 돈이다. 금융기관이 대출의 재원으로 사용하는 돈은 그런 돈이다. 누군가가 절대 잃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맡긴 돈인 것이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지킬 최소한의 의지와 경제적 능력이 결여된 분들에게 그런 돈을 함부로 내어줄 수는 없었다.
다시 앞선 사례로 돌아와 이렇게 남에게 사업을 도와준다는 이유로 돈을 빌려주고 나서 돌려 받기는 요즘 시대에 매우 힘들다. 우리나라는 서민금융진흥원이나 소상공인진흥공단, 신용보증기금 등 많은 정책기관들이 소상공인과 서류 증빙이 어려운 개인들을 위해 기금을 마련해 각종 수단으로 지원을 하고 있다. 이런 수단들을 활용하지 않고 가족들에게 손을 내민 이유는 세 가지 중 하나이거나 셋 다일 수 도 있다. 첫 번째로는 손쉽게 돈을 빌리기 위해, 두 번째로는 다양한 정책지원을 알아보지 않아서, 마지막으로 그 어떤 정책지원의 수혜자가 될 수도 없고 본인이 금융기관에서 본인 신용도로 돈을 빌릴 수도 없어서.
그 중 어떤 이유로든 문제가 된다. 진짜 가족을 생각한다면 가족에게 돈 빌리는 것을 쉽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나중에 돈도 갚고 어떤 형태로든 가족으로서 든든한 우군이 되어 평생 함께하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가족에게 돈을 빌릴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사업비용을 획기적으로 아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수단을 알아보지 않은 것도 큰 문제다. 정말 가장 쉽게 자신의 사업비용을 아낄 수 있는 수단을 알아보지도 않은 사람이 사업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있기란 현실적으로 힘들다. 또한 자신이 어디서도 돈을 빌릴 수가 없다는 것은 금융기관은 물론 공공기관에서도 돈을 갚을 능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할 만큼의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야 할 일은 사업의 예정 규모를 축소해 빌릴 돈 자체를 줄이거나 부업이라도 해서 나의 신용도를 올리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 가족에게 먼저 손을 빌린다는 것은 여러모로 그 돈을 못갚는 미래를 예비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물론 사랑하는 가족을 도와주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다. 어디까지나 빌려주는 형태가 아니라 자신이 전혀 받지 않아도 될 정도의 돈을 그냥 주는 형태로 말이다. 물론 정말 부득이한 경우로 가족끼리 돈을 빌려줄 경우도 여기서는 서술하지 않겠지만 있긴하다. 하지만 그 역시 정식으로 차용증을 써서 법적인 권리와 의무를 갖추고 본인들 자금 범위 내에서 빌려줘야 한다. 제2 금융권에서 20%에 가까운 이자까지 감당해 가족에게 빌려줄 돈이란 응급상황에서의 병원비밖에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족에게 정말 좋지 않은 형태로 돈을 빌려주는 행위가 자녀를 돕기 위해 대출을 받는 것이다. 크게 두가지 형태인데 하나는 성년이 된 자녀의 사업이나 결혼 등을 도와준다고 대출을 받아 지원을 해주는 것이고 또 하나는 대출을 받아 자녀의 학원비를 내는 것이다. 생각보다 이런 경우가 많고 실제로 15%가 넘는 금리의 카드론을 천만 원 넘게 보유한 어떤 고객을 도와주고자 빚의 발생사유를 물어보니 자녀의 학원비 내다보면 어쩔 수 없다는 답을 들은 경우도 있다. 자녀를 사교육에 몰아넣는 우리나라의 교육행태가 여러모로 잘못되었음은 이후 별도로 서술할 이야기겠지만, 그것이 심지어 바람직하다고 한들 대출을 받아, 심지어 고금리 대출을 받아 학원비를 내고 자녀 교육을 시키는 것은 정말 정말 잘못된 행위다. 부모가 자녀에게 경제적으로 지원해 줄 첫 번째는 본인들의 노후대비다. 자녀에게 어떠한 경우에라도 손을 벌리지 않을 수 있는 부모가 되어야 자녀가 안심하고 자신만의 인생을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 당연한 이야기를 글을 써서 강조해야만 하는 지금의 현실이 그저 매우 슬플 뿐이다. 돈을 빌리지 않더라도 이미 중장년을 넘어서 은퇴를 앞둔 사람이, 혹은 심지어 이미 은퇴를 한 사람이 자신의 노후자산을 가지고 자녀를 지원하는 것은 자녀가 선량한 사람이라면 정말 하지 말아야 한다. 만약 자녀가 돈을 갚지 못해 자신이 빈곤 노인층으로 전락하고, 햇볕도 들지 않는 쪽방에서 살아야한다고 생각해보자. 자녀가 정말 자신을 사랑한다면 그것만큼 마음이 아픈 일이 어딨을까? 자녀를 정말 위하는 길은 자녀가 성년 이후에는 자신으로부터 온전히 독립하도록 교육하는 일과 자기 스스로 자녀에게 손벌릴 일이 절대 없도록 자신의 노후대비를 철저히 하는 것, 두 가지가 가장 기본적인 일이자 중요한 일일 것이고 필자 역시 그렇게 하려고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
다만 보편적인 사람들이 빚에 접근하는 때는 집을 사거나 갑자기 큰 돈이 들어갈 일이 생겨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릴 때이다. 그 때를 위해 [모두를 위한 빚의 활용원칙] 3번과 [모두를 위한 빚의 활용원칙] 4번이 필요하다. 3번과 4번은 별도의 글로 뒤에 서술하도록 하겠다.
지금 세상에서 한 쪽에서는 빚을 활용해야 빠르게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론적으로도 반쯤만 맞고 반쯤은 틀린 이야기다. 그런데 현실은 90% 쯤은 틀린 이야기다. 치열한 실제 현실에서는 정말 밑 빠진 독처럼 함부로 남에게 돈을 빌려주고 함부로 사용해 큰 상처를 입는 경우가 일상처럼 일어나고 있다. 빚이라는 개념이 자신의 개성, 투자와 투기의 차이에 대한 인지와 더불어 가장 먼저 이해되어야 할 대상인 이유다. 또한 빚은 앞선 단원의 이야기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자신이 지금 정말 빚을 사용해야 할 상황이 맞는지는 누구보다도 자신만이 가장 잘 알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투기는 빚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비단 대출을 받아 가상화폐나 잘 모르는 주식 등에 투기하는 형태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몇 명의 주식 유튜버의 이야기를 들은 것만으로 거액의 자금을 한 기업에 이른바 '몰빵' 해놓고서 그들의 지식을 레버리지로 활용했다고 합리화하는 경우도 많다. 투자를 레버리지라는 이름으로 이렇게 남의 입에만 의존하는 방식은 반드시 필패하기 마련인데 사실 필자 주변만 보더라도 본인만의 관점을 갖추지 못하고 이렇게 잘못된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런 식으로 원래는 세상을 더 윤택하게 만들고자 태어난 빚이 많은 사람들의 오해로 인해 함부로 쓰이며 사람들을 괴롭게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빚을 사용한다면 웬만하면 사용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위험요소들을 충분히 숙지한 다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해야 한다면 치밀한 계산과 갚을 계획 수립을 통해 철저하게 관리해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