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0일은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승리하는 날
독일의 시인 ‘T.S. 엘리엇’은 1922년 현대시의 시금석이라 불리는 그의 명작 시, 《황무지》(The Waste Land)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읊었습니다.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지요.
망각의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뿌리로 약간의 목숨을 남겨 주었습니다.
------------- 이하 중략--------------------------------"
우리가 봄을 맞이한다는 의미는 곰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것과 같다. 아침 일찍 일어나 희망을 구체적으로 설계하는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농부가 봄이 희망으로 다가오는 까닭은 따가운 햇볕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면서 이마에 구슬땀을 닦으면서 논밭을 갈 농기구를 정비하고 들에 나가 땅을 파고 흙을 걸러서 씨앗을 심었던 지난해 봄에 느꼈던 그 설렘이 상기되기 때문이듯이, 모든 사람들에게 봄은 새로운 세상에서 자신의 아름다운 꿈을 펼쳐 나가고자 하는 기본적인 욕구 일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사람들이나 지난해에 천지지변으로 모든 것을 잃어버려서 새로운 세상이 한없이 두렵고 무섭기만 한 불행한 사람들에게 봄은 잔인한 현실일 수가 있을 것입니다.
내가 느끼는 2024년 봄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입니다.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게 추운 날씨가 계속 이어진다는 뜻을 넘어, 좋은 시절이 왔지만 내 마음은 아직도 추운 겨울이라는 의미입니다.
2024년 총선에서 보수주의 정당은 처참한 참패를 당했습니다. 보수주의 정당은 신의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이 대접받는 세상을 만들고, 자유민주주의 헌법적인 가치와 시장경제가치를 파괴하고 사회민주주의와 통제경제를 주창하는 이념주의 당파싸움 꾼들을 정치판에서 내쫓아줄 것을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호소했지만, 국민은 이를 외면하고 급진 사회주의 정당에게 압도적인 승리를 안겨 주었습니다.
수많은 보수주의 국민에게 2024년 4월 10일 총선 결과는 4월은 매우 잔인하고, 새봄은 얼음이 꽁꽁 얼어붙은 한 겨울같이 춥고 두렵게 느껴질 것입니다. 한편, 4.10 총선의 결과에 만족하면서 2024년의 화려한 봄을 만끽하는 국민도 적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
2024년 4월 10일, 이 역사적인 22대 총선 날짜에 장남 초등학교 동창 모임이 있었습니다. 잔인한 봄을 맞이한 친구들과 따뜻한 봄을 만끽하는 친구들은 필사적으로 속내를 들키지 않으려는 듯이 술잔에 가득 찬 막걸리와 맥주를 정신없이 들이켰습니다. 나는 만개한 벚꽃나무와 화려한 이별식을 마친 새하얀 꽃잎들이 떼를 지어 하늘로 날아가는 광경을 바라보면서, 내가 왜? 봄에 만연된 세상을 슬프게만 바라보아야만 하는가에 대한 의구심에 잠겼습니다.
장대익 가천대 교수에 의하면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결정적 기준은 충성심, 권위, 고귀함이 기반이며, 이것은 개인적인 차원보다는 집단적 성격을 가진다고 합니다. 또한 보수는 충성심·고귀함·권위를 강조하고, 진보는 배려· 피해, 자유에 민감하여 ‘약자 보호’라면 내부 총질까지도 용납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보수와 진보의 특징을 옳고 그름으로만 판단하는 정당은 치명적인 패배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보수주의자는 도심지에서 대규모 집회로 무고한 상인과 시민들에게 손해를 입히고 불편을 초래하는 민노총의 행위에 대하여, 특정 집단의 이익을 쟁취하기 위하여 타인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인 반면, 진보주의자는 상대적인 약자인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국민이 그 정도의 피해는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두 가지 주장을 들은 사람들은 우선 직감적으로 누구의 의견을 따를 것인지 결정한다고 합니다. 그다음 절차는 자기 결정에 대한 타당성을 찾아 나가는 것입니다. 우리의 일반적인 생각과는 다르게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이 중대한 결정이 지성이 아닌 직관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해본 사려 깊은 사람들은 결코 이번 승리에 자만하거나 패배에 좌절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
우리가 매년 맞이하는 4월도 봄도 자연입니다. 자연은 스스로 그러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자연은 스스로의 법치에 의해서 움직일 뿐 결코 인간의 마음을 배려하지 않습니다. 4월이 잔인하고, 봄은 왔지만 인간의 마음에는 아직 봄을 느낄 수 없다는 말은 자연은 자연의 법칙에 따를 뿐이라는 만고의 진리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옳음과 그름의 문제가 아니듯이, 2024년 4월 10일 총선이 승자와 패자라는 이분법적 해석은 매우 위험하다는 생각입니다. 나는 보수에서도 진보에서도 대한민국이 직면한 위기를 인식하고 진지하게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하겠다는 각오를 가진 능력이 있고 자질이 있는 국회의원이 상당수 당선되었다는 사실은 국민 모두가 승리자라는 반증이라고 생각입니다.
2024년 4월 10일은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승리하는 날이 되어야 합니다. 국민은 승자에게 대한민국을 조선의 당쟁 시대로 세월의 시계 추를 과거로 되돌리라는 권한을 준 것이 아닙니다. 국민은 패자에게 좌절하여 승자의 만행을 용납하거나 사회 정의와 민주주의를 포기하지 말 것을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습니다. 매년 잔인한 봄을 이겨내면서 난관을 극복해 나가는 우리네 인생살이 같이 말입니다.
2024년 4월 10일이 우리 같이 70이 넘은 늙은이에게 새로운 봄을 선언하는 날이 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