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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일린 May 27. 2024

피드백은 책이다. 술이 아니라

_취하지 말고, 읽고 해석하세요.

앞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은 하지만, 뒤에서는 슬쩍 새로고침을 눌러 좋아요 숫자와 구독자 수를 확인해 본다. 좋아요 숫자가 어제보다 올라갔다. 누가 볼까 서둘러 올라간 입꼬리를 다시 당겨 내린다. 마치 좋아요에 집착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듯.         


짐짓 점잖은 체하며 그저 쓰고 싶어 하는 거라고 말은 하지만, 숫자로 즉각적으로 드러나는 다른 이의 관심은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 지나가는 이의 댓글 하나에 마음이 절로 쿵쾅대고, 짜릿한 울렁거림이 온몸으로 퍼져간다.      


사람들의 긍정적인 피드백만큼 마음 한 구석에 웅크려 있던 인정욕구를 들썩이게 하는 것이 또 있을까.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한다는데, 잘했다는 칭찬 한 마디에 없던 의욕도 불끈 샘솟는다.       


관심과 칭찬이라는 사탕을 깨물어 먹는 동안에는 순간의 우쭐함을 즐겨도 좋고, 만족된 욕구가 주는 충만함을 누려도 좋다. 다만, 사탕이 다 녹은 뒤에는 피드백을 객관적으로 분석해봐야 한다. 마냥 달콤함에 취해 있다가는 잘했다는 칭찬을 또 받으려고, 잘못된 선택을 하기 마련이니까.      



[피드백에 취했을 때 겪는 증상] 


1. 기존 방식의 답습  

일을 할 때, 피드백 해석을 게을리해서 벌어지는 일 중에는 기존에 하던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는 것이 가장 흔하다. 지난번과 똑같이 해서 같은 칭찬을 맛보고 싶은 욕망에 빠져, 비슷비슷한 결과물을 내는데 집중한다.      

원래도 한 번 통한 성공방식을 답습하려는 관성에서 벗어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실패를 회피하고 싶은 인간의 습성과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벗어나기 힘든 관성이 칭찬 한 마디로 더 강화되는 모습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 근거 없는 자신감 형성  

결과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을 자신에 대한 칭찬으로 받아들여,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삼는 경우도 제법 많다. 자신이 한 판단이 옳았다고 인정받은 것이라 착각하고는 ‘그러니까 내 말 들어’라는 어깃장의 근거로 삼곤 한다.      


모자란 자신감과 인정욕구를 채우고 싶은 마음만 앞서다 보니, 긍정적인 피드백의 원인이 자신 때문이라고 손쉽게 결정 내려버리고는 스스로 사실이라고 믿어 버린다.       


3. 멈춰 버린 성장  

지나가는 누군가의 칭찬 한 마디에 자신이 잘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더 이상의 발전도 성장도 하지 못하는 모습도 많이 볼 수 있다. 칭찬이 독이 된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사례다.       


자신의 귀에 달콤한 말만 선택적으로 취했다는 사실은 깨닫지 못한 채, 단물이 빠진 껌을 질겅질겅 씹듯이 그 칭찬만 곱씹으며 자기만족에 빠져 앞으로 나아갈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아무리 입맛을 다셔 봐도 녹아버린 달콤함은 다시 돌아오지 않건만.      



[피드백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1. 피드백한 사람이 누구인가 

제대로 평가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 하는 피드백인지, 그저 지나가는 행인 1과 같은 사람이 하는 피드백인지 구분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대충 쓱 훑어보고 별 뜻 없이 습관적으로 ‘잘했어’라고 내뱉는 칭찬에 어깨를 으쓱거릴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목표로 하는 대상의 평가가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관계자들끼리 나누는 자기만족적 피드백에 스스로를 안심시키려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       


2. 때로는 모르겠다가 답일 수도 

아무리 데이터를 분석해 봐도, 이리저리 뜯어보아도 왜 이런 결과가 도출되었는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인과관계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억지로 해석하고 명확한 결과를 내려다보면, 엉뚱한 결론으로 향하거나, 성과의 결실을 가져가려는 사람들의 욕심에 휘말려버릴 수도 있다. 어떤 일은 시간이 지난 후에야 실체가 드러나기도 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때로는 성급하게 결론짓지 않는 것이 정답일 수도 있다는 태도가 필요하다.

      

3. 피드백 비교대상이 무엇인가 

평가의 기준은 절대적이기보다는 상대적일 경우가 더 많다. 전년도보다 나아지거나 다른 결과물과 비교했을 때, 개선되거나 좋아졌다고 판단될 때 칭찬이나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곤 한다. 주의할 것은 비교대상이 수준이 낮고, 뒤떨어질수록 조금만 개선해도 뭔가 크게 나아진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가 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전 결과물의 상태에 따라, 해낸 것에 비해 과도한 칭찬이나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피드백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만큼 중요한 건]

아이들의 훈육과 행동교정과 관련하여,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긍정적인 행동을 강화하는 방식에 대해 읽은 적이 있다. 강화하고 싶은 행동을 목표로 세운 다음, 아이가 해당 행동을 했을 때, 즉각적으로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어 목표로 한 행동을 계속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었다. 이때 목표로 하는 행동은 곧 결과였기에, 일관성 있게 긍정적인 피드백만 하면 원하는 대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반면, 업의 결과에 대한 피드백은 이와는 결이 다르다. 좋은 결과에 대한 칭찬을 한다고 해서 다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불분명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칭찬을 받은 사람이 긍정적인 피드백에 취해, 앞서 말한 것처럼 내 방식대로 해서, 혹은 내가 잘해서라고 간단하게 치부해 버리고 넘어가버린다면, 일회적인 성공에 그칠 가능성은 매우 높아진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드백을 받는 입장보다는 피드백을 하는 입장에 서는 일이 많아진다. 제대로 된 피드백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무거워진다. 칭찬 한 마디에 들떠서 엉뚱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어설픈 칭찬이 얼마나 위험한지 깨닫고 난 뒤에는 피드백 한 마디에도 조심스러워진다.      


물론 칭찬에 인색한 것은 문제가 된다. 칭찬하면 나댈까 봐 칭찬을 아낀다고도 하는데, 좋은 결과를 낸 것에 대한 확실한 칭찬과 피드백은 업에 대한 성취감을 높이고. 열심히 할 동기를 부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건 두 말하면 입 아픈 소리다.       


칭찬을 남발하지도 아끼지도 않으면서도 강화하고 싶은 행동이나 결과에 대해 정확하게 피드백함으로써, 조금이라도 다음의 성공으로 향해 가는데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일. 피드백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를 알려주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임을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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