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 하나 없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그럭저럭 괜찮은 하루가 쌓여
괜찮은 인생이 된다기에
오늘 하루 깨끗이 빨아
곱게 개어 넣어 본다
어떤 날은
딱히 빨지 않아도 될 만큼
무탈한 하루
어떤 날은
흰 옷에 튄 짬뽕 국물 같이
얼룩진 하루
나이가 들면
추억 먹고 산다는데
얼룩진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지 않아
매일 밤 박박 문질러
묻어있는 얼룩을 지워내고
구겨지고 주름진 마음
반듯하게 다림질해
좋았던 하루로 기억하면
그만인 줄 알았는데
울컥 솟는 서글픔은
어디에서 오는 건지
깔끔하게 세탁되어
곱게 갠 옷들이
제법 괜찮게 살아왔다
다독여주지만
흔적 하나 없는 아픔
뜻 모를 깊은 공허
시작조차 찾을 수 없어
오늘도 여전히 헤매이고
흙탕물 튄 흔적 하나
참을 수 없었던 내가
푸르게 물들어 버린
흰 옷 원망했던 나에게
지워지지 않는 얼룩이
남아도 괜찮다고
때로는 나만의 무늬가
될 수도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