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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이 Jan 05. 2024

손님 없는 날

오기 전부터 예상은 했지만, 정말로 손님이 없는 날이 연달아 있을 줄은 몰랐다. 

3일 중에 2일은 아무도 오지 않았다. 4일째인 오늘도 아직까지는 조용하다. 

길목을 지나는 이들은 서점에 관심이 없는 학생들이나 어르신들이 대부분이고, 

간혹 창가의 고양이를 보고 관심 갖는 이들은 "여기 뭐지?" "처음 보는 곳인데."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무려 6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귀여운 서점을 처음 본다니 동네에 너무 관심이 없는 거 아닙니까!

몇몇 학생은 고돌이의 미모에 혀를 내두르며 들어가도 되나? 자기들끼리 우왕좌왕하길래 들어오라는 뜻으로 환하게 웃어 보였지만 오히려 역효과가 난 것일까. 꺄르르 거리며 아이들이 멀어지는 소리만 들렸다. 


간혹 들리는 사람들 소리에 바로 손님맞이할 준비를 하는 나를 보며 공방을 운영할 때가 떠올랐다. 

바깥에서 누군가 공방을 들여다보거나 말소리라도 들리면 어찌나 떨렸던지. 

아 저분이 오늘의 유일한 손님이 되어 주실 수도! 

물론 그 예상은 거의 매일 빗나갔다. 


손님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공방 바로 앞에는 보통 이단이라고 불리는 종교 기관이 있었는데 (본인은 무교임) 그곳에서 모임을 갖는 아주머니들과 조금은 괴상한 이해관계를 쌓게 되었다. 

보통 먼저 다가와 친분을 쌓은 뒤 자신들의 모임에 부르고 교회로 이끄는 것이 정식 루트인데, 그러한 목적을  갖고 왔던 사람들이 정말로 내 액세서리를 예뻐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번 올 때마다 2~3개씩 구매하는 것도 모자라서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려고 주문 제작을 맡기거나 지인에게 소개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중간중간 연락처를 달라거나 교회에 오라거나 자신들이 성경공부한 것을 들어달라고 부탁하긴 했지만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계속해서 액세서리를 사러 왔다.   


처음에는 그들이 끔찍하게 싫었던 탓에 싫어하는 사람에게 물건을 파는 것이 과연 괜찮은 일인가를 고민하다가 자본주의적 사고를 가지라는 친구의 말에 따라 '그래, 나야 돈 벌면 끝이지.'라는 마인드로 공방 문 닫는 날 남은 재고품들까지 '그분'들께 다 팔았다. 사실 좀 고맙기도 해서 헤어질 때 화분도 드렸다. 


그때는 약간의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내가 꿈꿨던 공방은 이런 게 아닌데.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으로 자리 잡고 싶었는데 특정 종교의 사교장이 될 줄이야. 


그런데 요새는 그렇게 해서라도 그곳에 살아남아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내가 일하는 서점의 사장님도 평일에는 다른 일을 하시고 주말에만 출근하는 방식으로 서점의 운영난을 타파하고 계시다. 

그렇게라도 지켜야 되는 가치와 이유가 있는 곳이기에 주 7일 일에 매달릴 수 있는 거 아닐까. 

한편으로는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반면 나는 아파서였다는 허울 좋은 핑계가 있긴 하지만 내 것을 지키기 위해 왜 그렇게 하지 못했을까 하는 약간의 후회가 남는다. (그때는 후회 안 한다고 큰소리 뻥뻥 쳤는데!) 반나절이라도 아르바이트를 했었다면 월세 정도는 감당할 수 있었을 텐데... 당시에는 다른 일을 할 생각도 못해봤고 이대로 계속하다가는 꼭 죽을 것만 같아서 한 선택이었지만 아마 다시 되돌릴 수 있다면, 또 다른 기회가 온다면 그때는 좀 더 내 것을 귀하게 여기며 매달려 보고 싶다. 하지만 그런 기회가 쉽게 올까? 


그래서 더욱더 이곳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내 것은 아니지만 나는 이 공간이 정말 좋다. 

동물들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이 사랑스러운 공간이 오래도록 이 자리에 남았으면 좋겠다.

이제 남은 근무시간은 3시간. 누구든 문을 열고 들어온다면 세상에서 가장 환한 미소로 맞이할 준비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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