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 노트
새해 첫날 적었던 1월에 해야 할 일들이 마무리가 되어 간다. 비공개 노트라는 모순적인 부제를 달고 일단 적어 본다.
첫째, 모로코 보고서 프로젝트 일정이 미뤄졌다. 1월 말 당초 기한을 맞추기 위해 주말에도 작업하며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오히려 덕분에 빠른 시간 내에 초안을 작성할 수 있었다. 2월 중순에 초안을 제출하고, 상사의 수정의견을 받았다. 이를 반영하여 며칠 전 수정안을 제출함으로써 업무가 마무리됐다.
둘째, 내부 프로젝트는 2월 초에 본격적으로 작업했다. 함께 일하는 두 명의 동료들과 수시로 의견을 나누며 보고서를 완성해 갔다. 1월에 다소 느슨했던 분위기가 반전되며, 작업이 속도를 내며 완성도가 높아졌다. 선입견일 수도 있지만, 내가 만난 독일인들은 일을 잘하고, 배울 점이 많다. 다음 주 상사에게 제출하고 수정하는 작업이 남았다.
셋째, 핀란드 작업을 시작했다. 한 달간 매일 아침 핀란드 관련 주요 기사를 정리하여 팀에 공유했다. 바쁜 아침에 시간은 조금 들지만 핀란드의 현안과 배경지식을 알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 매일 하는 일이 되다 보니 새로운 팀원들에게 한국인의 성실함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앞으로 1년 정도는 핀란드 경제 전반과 환경, 생산성, 교육 등 다양한 구조개혁 문제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보고서를 쓸 계획이다.
셋 모두 이곳에서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이다. 경력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기회이자, 배우는 것이 많은 작업들이지만, 정작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라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해야 할 일들은 나에게 소중한 것들을 지킬 수 있는 고마운 양분이 된다. 바쁜 일상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조금 덜어준다. 프랑스인 기준으로는 일을 상당히 많이 하는 편이겠지만, 한국인인 나로서는 주말에 아이와 축구를 할 수도 있고, 가족과 가까운 교외에 다녀올 수도 있는 정도의 바쁨은 여전히 나쁘지 않다.
하고 싶은 일을 다 한다고 해서, 만족하는 삶이 될 것 같지가 않다. 하고 싶은 일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를 때는 더욱 그렇다. 스스로에게 말한다, 일단 해야 할 일부터 하나씩 제대로 하자고. 혹시 모를 일이다, 때로는 해야 할 일이 하고 싶은 일로 바뀌는 마법이 일어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