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행동이 그의 진짜 마음이었을까.
'사람'에 대한 너그러움은 얼마나 되시나요?
질문을 조금 바꿀게요.
'처음 보는 사람'을 대하는 첫 마음의 벽은 얼마나 높으세요?
저는 슬프게도 조금 높은 듯해요.
저를 처음 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상 좋으시고, 편안하시고, 재미있는 분 같아요.라고 좋은 말씀 해주세요. 물론 그분들의 속 마음은 알 길이 없어요.
그들이 표현하는 내 모습이 제 자신으로서는 '사실'이 아닌 것처럼 말이죠.
어느 기간 까지는 내가 원래 그랬나? 아니면 이렇게 되었나?
이 화두로 생각을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어느 시점부터는 '좀 슬프네.'라는 생각도 했어요.
이유를, 결론을,
나름대로 정의 내렸답니다.
"너무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게 문제야."
당연히 저 보다도 만나는 사람이 훨씬 많은 분들 엄청 많아요.
어쩌면 비즈니스 하시는 분들 중에는 평균 이하일 수도 있어요.
문제는 관계를 맺지 않아도 되는 고객들인데 업종 특성상 한 번 계약을 맺으면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일 년 넘게 서비스가 지속되다 보니, 고객들과 부침이 많아지고, 감정도 형성되는 데 있는 것 같아요.
사람에게서 상처도 받고,
사람 때문에 힘이 나는 반복적인 삶 속에
나의 사람과 사람사이의 스탠스는 약간 눈 만 보이는 담장의 높이
예전에는 우리나라 보다 서양의 이혼율이 높았으나 지금은 그런 통계를 찾아볼 수 없죠.
서양에서는 남녀 간의 관계를 설명하는 단어가 "LOVE" 사랑이라는 단어 밖에 없지만, 우리에겐 남녀 간의 관계를 지속시킬 수 있는 아주 교묘한 단어인 "정" 이란 단어가 있었기 때문이죠.
대다수의 서양의 언어 체계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단어.
우리는 미운 정, 고운 정 이러면서 관계의 지속성을 애써 설명하려 했습니다.
최근의 남녀 사이에서는 이러한 단어는 거의 쓰지 않는 것 같아요.
그렇다 치고,
"정"이란 단어로도 설명할 수 없는 관계를 볼 때면
그거 사랑인가요?라고 진심으로 묻고 싶은 경우가 있답니다.
"됐어? 이제 만족해?"
지난주에 계약한 커플인데 예비 신부가 욕심이 좀 더 났는지, 스튜디오를 업그레이드하려고 다시 방문해서 예약 상황을 변경한 후 예비 신랑의 말입니다.
끄덕끄덕
"가자."
그리고 벌떡 일어서 먼저 나갑니다.
업그레이드 한 웨딩 스튜디오의 가격은 이전 가격 보다 10만 원 비쌌어요.
10만 원이 아까운 건지 자기 뜻대로 안 되어서 화가 난 건지 모르겠으나 여하튼 화를 내고 숍을 나갔답니다.
잠시 후
화장실에 계셨던 원장님이 들어오셔서
"방금 나간 커플 무슨 일이야?"
"스튜디오 변경하고 나가셨어요."
"이거 아직 발주 보내지 말고 기다려봐. 파혼할 거 같다."
그렇게 생각했던 이유는
우리 숍 화장실은 외벽 창이 나 있는 위치에 있는데 그 창 바로 아래서 예비 신랑이 듣고도 믿기 어려운 온갖 욕설과 심한 말을 신부에게 하는 것을 듣고 '저 정도면 결혼 안 하겠다.'라고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시발년이 겉 멋만 들어서"
"결혼으로 인생 바꾸려는 거냐? 좇도 없는 게"
"니 집안이나 너나 쥐뿔도 없는 게 남들하고 싶은 건 하고 싶은 거야?"
"씨발, 니 주제를 네가 모르는 거지?"
10만 원인데요...
아니 100만 원 돈을 더 쓴다고 해서 들어야 할 이야기들은 아닌 거 같아요.
에이, 작가. 과장이 심하네.
아니요. 5분이 넘도록 좁은 골목 창가 밑에서 소리 지르고 윽박지른 모든 말을 글로 다 적지 못하는 게 더 안타까워요.
기괴한 일은 지금부터입니다.
웨딩 촬영날이었어요. 예비 신부는 컨디션이 안 좋아 보였습니다.
얼굴에 핏기도 없고, 목소리에도 힘이 하나도 없는 거예요. 본인은 괜찮다고 하지만, 이 긴 촬영을 무사히 끝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답니다.
"이거 먹어."
예비 신랑이 에너지 드링크제와 영양제라며 알약을 하나 줍니다.
일전에 말씀드렸듯이, 메이크업 시간은 한 시간이 훌쩍 넘어요.
조금 있다가 또 무언가를 갖고 옵니다.
이번엔 쌍화탕과 정체 모를 알약 서너 개를 한꺼번에 갖고 메이크업 룸에 들어와서 다시 먹으라고 합니다.
"안 먹으면 안 돼? 나 지금 좀 어지러워."
예비 신부의 말입니다.
"왜? 아침도 못 먹었잖아. 먹어 이거."
보다 못해
"신랑님 아무리 좋은 약도 빈속에 이렇게 많이 먹는 거 안 좋을 것 같아요."
못 들은 척 다시 손짓으로 빨리 먹으라고 손 짓 합니다.
결국, 신부는 그 약을 다 먹네요...
솔직히 이상함을 넘어서서 기괴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아요.
일전에 그런 무시무시한 욕을 퍼붓는 것을 못 들었다면, 기괴함 까지는 안 갔을 것 같기도 한데, 아무래도 사랑의 모습으로 안 보이는 이유는 뭘까요?
- 2편으로 잇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