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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수분 Aug 24. 2024

브런치 돌잔치!

작년 8월에 시작했으니까~

8월이 다 가기 전에 조촐한 자축파티를 하기로 했습니다!

2023년 8월 11일에 브런치에서 제게 작가승인 소식을 보내왔었네요.

그로부터 일 년 동안 브런치는 저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혼자서 일기장에 글을 쓸 때는 시작도 끝도 없는 하소연과 에피소드의 나열이 무질서하게 널브러져 있는 것 같았어요. 사람들이 때때로 인터넷상에서 맥락 없는 글들을 보면서 "네 일기장에나 써라!"라고 말싸대기를 날리는 이유가 아마 그런 것 때문이겠죠.


전 지금도 가끔 일기장에 글을 쓰는데,  역시나 갈팡질팡 미친 소 밭 갈듯이 갈겨씁니다.

그래도 그렇게 써대는 글 배설의 효과가 한결 후련하고 개운해요.

뭐 지금이야 한이 될 만한 사연도 없지만, 옛 것들이 한 번씩 속을 후비면 일기장을 펴고, 폭력 글을 쓰고, 일기장을 덮고.

정말 가성비 '갑'의 해결책이죠?


근데 브런치에 쓰는 글은 혼자 보는 글이 아니잖아요.

표현도 좀 다듬고 내용도, 배열도 구성에 맞나 생각해 보면서 작성합니다.

때로는 부끄럽고 부적절하다 싶은 내용도 그냥 쓸 때가 있어요.

그건 브런치를 글창고 삼아 제 역사를 저장해 두겠다는 의지가 약간 작용한 글입니다.

제가 쓴 글에 가장 관심을 갖는 독자는 결국 '자신'일 테니까요.


글을 한편씩 완성해서 발행하는 작업은 상쾌한 청소 같은 쾌감이 있어요.

저는 일주일에 한 두 편 글을 발행하니까 게으른 편이에요.

그래도 항상 머릿속에 씀에 대한 생각이 머물러 있어요.


어디엘 가든, 무엇을 보든, 글에 써먹을 궁리를 하면서 사진을 찍고 매의 눈으로 스캔을 하죠.

다른 작가님들도 모두 그러실 것 같아요.

브런치에 글을 올린다는 게 단순히 글을 지어내는 게 아닙니다.

늘 우리의 오감을 촉발시키고 기억회로에 불을 켜대고 회상하고 글을 짓고 그러잖아요.

우리의 뇌가 쉬지 않고 꿈틀거리며 새로운 감각의 가지를 뻗느라 바쁘겠지요.


그러니까, 우리는 계속 싱싱한 사람인 거죠!




저는 환갑이 넘은 지금도 무엇이 못된 것에 회한이 남아있어요.

그것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어요.

출세? 갑부? 학자? 예술가? 명인?......


그래서, 저는 지금에라도 스스로 작은 무엇이 되려고 합니다.

그래야, 아무것도 못돼서 아쉬운 제 인생을 매듭짓고 자신을 다독여 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가장 빠르게는 무엇이 될 것 같은가요?

저는 올 가을에 전주 한옥마을에서 그동안 배워 온 설장구 춤 선보일 예정입니다.

한국무용 명인의 무대에서 찬조출연 하는 정도지만 홀로 하는 연주로는 첫 데뷔인 셈이지요.


한없이 부끄럽고 하찮고, 떨리는 무대가 되겠지만 지금 땀 흘려 매진하고 있으니 혹여 실수가 있더라도 저는 저를 좋게 평가해 주려고 합니다.

멋지게 잘하고 싶어요!


그리고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예쁜 책을 한 권 내려고 합니다.

언감생심 등단 작가는 못 바라고, 자비로 한 권 만들어 보려고요.

팔리는 책 말고 제가 소장할 책 한 권 말입니다.


최소한의 부수로 만들어서 서로 주고받아도 민폐가 안 될 그림책 같은 예쁜 책 한 권!

그러려면 출판사 대표님이 저의 취지를 충분히 이해해 주셔야 하는데......

책 내용은 절대 심오하지 않고, 글씨 크고, 색이 고운, 그림 많은, 그런 책이요.

조카들이 많으니 이모할머니 작가는 될 수도 있겠네요!




저는, 아들이 추천해서 작년 여름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습니다.

참 잘 된 일입니다.

브런치는 제게 또 하나의 세상입니다.

일면식도 없는 분들과 공감을 나눌 수 있는 놀라운 세상이죠.


구독해 주시는 작가님들, 읽어 주시는 작가님들, 좋아요 눌러주시는 작가님들 모두에게 다정한 유대감을 갖게 됩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고, 읽고, 독서메모를 하고, 브런치 글을 쓰고, 작가님들과 공유하는 일상이 제겐 큰 보람입니다.


너무 노력하지 않고, 좀 게으르게, 좋아하는 놀이에 열중하면서, 꾸준히 재미있게 살려고 합니다!


오늘 저녁,

혼자서 브런치 돌잔치를 조촐하게 치렀습니다.


창 밖엔 풀벌레 소리,

형광등 아래로 날벌레의 비행,

와인잔 이슬이 책상을 적셔요.

이제 밤글 마치고 와인잔 비울께요!


다정한 글동무 작가님들~

Good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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