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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수분 Jul 26. 2024

요즘 무슨 반찬 드세요?

땀 흘리며 계절 맛김치 담그기

이제 장마는 물러가고 찜통더위 공격인가?

선풍기 틀어놓고 가만히 있으면 견딜만한데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땀이 송골송골한다.

오늘은 아무 일정이 없는 날이다.


가까이에 로컬푸드 직매장이 있어서 장을 보러 갔다.

이곳의 농산물은 다른 곳에 비해 싱싱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열무, 얼갈이배추, 고구마순을 한 단씩 샀다.


혼자 먹는 입이라도 철철이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지나가야 한이 없지.

땀 흘릴 작정하고 김치 담글 준비를 착착 진행한다.

워낙 내 식대로 빠릿빠릿하게 일사천리로 해치울 작정이다.


빈 김치통을 한 번 더 물에 부셔서 엎어두고,

소쿠리, 스텐 다라이, 마른 도마, 칼도 갈아 놓고,

각종 부재료, 양념거리들을 싱크대에 진열해 놓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반드시 빼먹기 때문에 생각나는 대로 늘어놓는 게 상책이다.

열무와 여린 배추는 뿌리만 잘라서 천일염으로 간을 해 두었다.

이제 고구마순 껍질을 벗겨야 한다.


주방 바닥에 보자기를 깔고 차분히 앉아 고구마순 대를 똑똑 분질러가며 껍질을 벗긴다.

싱싱한 것이 "샥샥" 소리를 내면서 내 얼굴에 가는 물방울까지 튕겨준다.

한 여름에 이런 의식을 한 번도 안 치르고 지나간다면 내겐 매우 섭섭한 일!



양념장만을 해보자.

미리 쑤어서 식혀둔 밀가루풀에

멸치액젓, 새우젓, 매실액, 설탕, 고춧가루, 마늘, 생강, 양파, 당근, 부추......

적당량을 그간의 경험치로 투척하면 된다.


간을 해 둔 열무와 배추를 세 번 씻어 소쿠리에 건져두고

살짝 절여둔 고구마순도 역시 소쿠리에 밭쳐 물기를 뺀다.


심부름해 줄 일손이 없으니 위생장갑을 끼기 전에 만반의 준비를 해두어야 한다.

최대한 가까이 참깨, 김치통, 주방티슈를 등을 진열하고 이제 버무린다.

간을 보아가며 좀 서운할 땐 새우젓 국물을 더하면 개미가 있고,

맨입에 좀 간간해야 이따가 밥하고 먹으면 간이 맞게 된다.


아무리 조신하게 손을 놀려도 여기저기 양념이 튀고 김치통 가에도 묻게 마련이다.

정갈하게 김치통을 닦고, 뒷 설거지 하고, 주방바닥도 닦아내고 나니,

밥솥이 칙칙운다.


아까 양념을 장만하면서 미리 잡곡밥을 안쳐두었더랬다.

현미찹쌀에 서리태콩에 찐 옥수수알까지 얹었더니 갓 지어진 밥냄새가 음~~~

어쩜, 모든 것이 안성맞춤으로 허기까지 장착해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갓 담은 김치하고 갓 지은 밥만 먹어도 두 공기 거뜬하겠다.

그래도 반주가 빠지면 서운하니까 돼지고기 목살 손바닥 만한 거 한 장 굽고,

오전에  장 볼 때 김치거리 사이에 꽂아 온 병맥주를 한 병 냉장고에서 꺼내 따랐다.


오후 세 시에 늦은 점심을 먹고 오늘 저녁은 안 먹을 거니까 좀 든든히 먹어도 괜찮겠다!

여름 별미김치 두 통 담아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반주 곁들여 혼밥 하려는데 장군이라도 된 듯 뿌듯한 이 기분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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