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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수분 Nov 05. 2024

얼씨구!

너울너울~ 쿵쿵딱쿵~




나는 어쩌다가 장구를 치고 있을꼬?

환갑 넘은 지금도 잘하고 싶어서 열심이라니 장구와 나는 무슨 인연일까?


이번 공연을 위해 3개월간 매일 연습했다.

나를 위한 공연은 아니고

무용단 공연 중에 찬조출연 순서를 내가 맡았다.


7분 15초 동안 나 혼자 설장구 연주를 했다.

순서도 틀리면 안 되고, 가뿐가뿐 뛰어야 하고, 표정도 예쁘게 지어야 한다.


전주농악보존회 일원으로 참여하는 공연은 여러 번 했지만,

단독연주는 첫 경험이었다.

언니들도 오고 지인들도 와 주어서 반갑고 고마웠다.


연주 중에 작은 실수가 두 군데 있었다.

나와, 뒤에서 반주를 해 주었던 선생님만 아는 어색함이었다.

무대에서 넘어지지 않고 연주중간에 멈추지 않은 것으로 감사한다!


내 차례가 끝나고 지인들과 관객들의 박수, 환호가 귀에 들렸다.

이슬비가 오락가락하는 늦은 오후의 분위기도 오묘하니 좋았고,

명함을 쥐어주는 어느 예술단장의 엄지척도 진짜 좋았다!


매끄러운 공연은 못됐어도 끝나고 나니 기분은 개운했다.

또 기회가 온다면 이젠 여유로운 몸짓으로 장구를 치고 싶다.

그러니까 계속 연습해야 한다.



처음 찬조출연 권유를 받고 두렵지만 '오케이'해놓고는

장구선생님하고 씨름을 했다.

선생님은 내게 "간이 부었다"라고 했다.


그래도 나는 해내고 싶었다.

선생님한테 무참히 지적당하며 고군분투했다.

공연전날 겨우 한마디 칭찬에 뛸 듯 기쁘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처음 선생님을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혹독한 정재훈 선생님의 지도에 감사드린다.


내게 하나의 매듭이 돼준 이번 공연 덕분에,

앞으로 펼쳐질 내 인생은 진정한 한량의 삶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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