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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수분 Oct 09. 2024

차를 멈추고 얻은 것!

진짜로 가을이 온 것!






어제 오전에,

찻길 옆으로 지나친 풍경이 너무 아쉬워서

"내일은 꼭 차를 세우고 보리라"했다.


그 노란색 

벼익은 논이 종일 눈에 삼삼했다.


오늘 

차를 멈추고 보았다.


흐흐

맞아, 여기였구먼.


내일이면 볼 수도......

기계가 못 들어갈 곳은 미리 낫질을 해 두었군.

이렇게 익었으니 얼른 베어야겠다.


아마도 나 보라고 오늘 안 벤 거?


음,

벼익은 노란색은 

내 색연필로는 못 칠하겠다.

자연에만 있는 색인 거 맞지.


이쪽저쪽

사진을 찍는데 눈이 부시고 좋다.


잠깐새 만난

가을것들은 이렇다.


큰 논에 가득 익은 벼

덜 핀 억새꽃

활짝 핀 코스모스

보라 잉크색 달개비꽃

희고 잘잘한 꽃 유홍초

희고 털털한 박주가리꽃

루드베키아를 닮은 돼지감자꽃

알이 굵고 잘 익은 대추열매

물드는 은행잎과 무르게 익은 은행열매

탱자나무에 얹힌 애호박과 노란 호박꽃

그리고 이름을 모르는 여러 가지 풀들과 물웅덩이


나는 

바쁜 일이 없으니

더 구경해도 좋지만 

자꾸 개가 짖어서

이제 그만 차에 올랐다.




무심코 조수석을 돌아보았다.

잡동사니 가방만 속을 보인다.

뒷좌석도 보았다.

비었다.


순간, 풉하고 웃었다.

내가 뭘 찾는겨?

참, 무의식도 염치없다.

가을걷이 챙긴 것은 없나 무심결에 둘러본 것.


풍경수확이 만차로군!

잠깐만에 

폰갤러리가 부자 됐고

기억회로에 뚜렷이 각인된 올가을!


오늘 차에서 내린 것,

내겐,

그게 바로 가을걷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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