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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ㅡ세포기

엄청 맛나요, 우연이겠죠?

by 화수분




요즘 김장철이라 유튜브 알고리즘에 김장 천태만상이 줄지어 올라온다.

제일 부러운 김장 풍경은 텃밭에서 배추 뽑기부터 시작하는 콘텐츠다.

내가 직접 농사지어서 수확해서 김장해보고 싶다.

이번 생은 틀렸다.


우리 집에서 용진 로컬푸드에 가려면 한 시간은 걸린다.

내가 그 동네에 2년 동안 살면서 다니던 곳인데 정말 장보기 좋은 곳이다.

우선 싱싱한 지역 농산물이 매일 들어오고 값도 싸고 양도 많고......

두부도 떡도 동네에서 만든 것, 소소한 공산품은 마트 2층에서 살 수가 있다.

이사를 나온 후에도 난 맘먹고 한 번씩 거기 가서 장을 봐오면 뿌듯하고 부자가 된 기분이 든다.


지난주에 아들 올 때를 맞춰 용진 로컬푸드에 갔다.

굳이 김장을 안 해도 되지만 김장을 하고 싶었다.

실한 배추 세 포기에 초롱무, 돌산갓을 주재료로 갖가지 양념도 빠짐없이 장만했다.


내가 김치 양념을 준비할 때 빼놓지 않는 것이 사과와 깨죽이다.

이번에도 사과를 넉넉히 갈고 찹쌀죽에 들깨가루를 넣었다.

다른 때보다 새우젓을 더 넣었다.


김치맛이, 여러 번 간을 볼 것도 없이 입에 착 앵겼다.

아마도 갖은양념의 비율이 마침 잘 맞았던가보다.

제일 큰 공은 일등배추에게 돌려야 맞을 거야.

시간 들여 용진 로컬푸드에 다녀온 것을 칭찬해!


수요일에 김장을 했고 금요일 밤 아들이 왔다.

엄마랑 같이 먹자고 과메기를 미리 시켜놓아서 내가 받아뒀다.

늦은 저녁상을 걸게 차려놓고 반주 한 잔씩 부어놓고

"음! 음!" 거리며 아주 흡족하게 잘 먹었다.


아들이 돌아갈 때 배추김치, 석박지, 돌산갓김치를 조금씩 싸주었다.

이것저것 마다하지 않고 캐리어 무겁게 끌고 가는 아들이 예쁘다.


내 김치가 많지 않아서 조금씩 나누었다.

장구선생님 정샘과 아람회원에게 한보시기 싸 주었다.

두 사람에게는 가끔 내 반찬을 나누어 준다.


아람이 톡을 보냈다.

"김치 진짜 맛있어요. 어떻게 손맛을 배울 수 있나요?"

미안하지만 다음에 만나면 이렇게 말해주려고 한다.

"손맛은 못 배워요!"


하하하!

우연히 김장이 맛있게 돼서 아들, 지인들 앞에서 뽐내고 있다.

곧 김치고수들에게서 내게로 전해질 <고품격 김치>를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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