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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런두런 Feb 18. 2024

사과의 마음

미안 미안해

금방 올게
다시 올게
자주 올게
꼭 올게

호언장담과 갖은 미사여구로 웃으며 다녀간 후, 기다리고 기다려도 속히 다시 돌아오지 않는 인사만 남겨서 정말 미안해.

때론 '다시 또 보자'가 마지막 인사가 되어버린 적도 있었지.

하염없이 기다렸지만 다시 만나지 못한 사람이 있어 그 애타는 마음을 아는데도 널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기다리고 있는 마음을 모르지 않는데도 빨리 돌아오지 못한 나의 마음을 되돌아봤어.

몇 가지 사정이 있었다는 변명은 하기 싫어. 그건 더 비참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거든.


'사랑'이 만나지 말아야 할 단어 중 하나가 '비참하다'인 것 같아.

사랑은 크던지 작던지 크기가 서로 맞으면, 그것만으로도 기쁨이 시작될 수 있어.


그런데 서로 크기가 맞지 않는 사랑이 만나면, 더할 수 없이 슬프고 끔찍한 '비참함'이 시작되는 것 같아.

너의 큰 사랑을 작은 내 마음에 맞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것,

나의 싫증을 우리의 권태로 둘러대는 것,

바라보고 싶은 대로 보고 '사랑이다', '사랑이 아니다' 바꾸어 말하는 것... 이런 게 비참함의 시작이지.


하지만 인간들의 어리석은 모습보다

이 자연의 사랑법을 바라보면 얼마나 믿음직스러운지 모르겠어.

한겨울에는 매서운 추위와 눈보라를 뿌리며 매몰차게 대할지라도, 어김없이 따뜻한 바람과 햇볕을 듬뿍 담아 꽃다발까지 들고 봄으로 우리에게 찾아오잖아.

아직, 겨울 이후에 봄이 오지 않았다는 소식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거든.

변치 않는 사랑을 표현하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닐까.


미안해, 다시 한번 늦게 돌아와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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