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세대가 맞닥뜨린 대면의 시대
비대면 수업으로 표현되는 코로나 학번, 20학번이 올해 말부터 취업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업에서는 학점을 코로나 학번 평가 지표로 쓰기에 어렵다는 의견이다. 코로나 기간 대부분의 비대면 수업에서 절대평가를 시행했고 이에 따라 상대평가에서는 30~40%대를 유지하던 A 학점이 급증했다. 뉴스에서는 연일 '이들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하지만 정작 기업은 코로나 학번의 채용을 꺼리는 입장이다.
올해 초 채용사이트 인크루트가 실시한 ‘코로나 학번 취준생의 취업경쟁력’이라는 설문조사에 따르면 해당 학번의 취업경쟁력을 낮게 평가한다는 답변이 절반 넘게 차지했다.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조직 내 융화, 적응’과 ‘협업’ 역량을 걱정하고 ‘적응 실패로 조용한 사직이 심화’한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코로나 학번이 단체생활과 대면 관계에 대한 경험이 부족해 조직 생활에 필요한 역량이 충분히 갖추었을지 의구심이 많은 것 같다.
미국에서는 비대면 교육을 받은 세대의 학습·업무 능력이 낮아졌음이 이미 수치로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계산대에서 거스름돈을 계산하는 법, 직장에서 사람들과 협력하는 기술, 엔지니어들의 공학 기초 역량 등 청년들의 노동생산성이 전반적으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 5분기 동안 노동생산성이 1948년 이후 가장 긴 기간 동안 하락했다고 설명하면서 이에 기업은 신입사원에게 엘리베이터에서 대화하는 법부터 프레젠테이션하는 기술까지 재교육을 위해 수백만 달러를 추가 지출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런 흐름 속에서 구글, 아마존 같은 글로벌 기업뿐 아니라 국내 기업들도 잇따라 상시 재택근무를 종료하고 있다. 워케이션을 앞세웠던 국내기업 야놀자도 결국 6월부터 주 3회 사무실 출근제로 변환해 직원들에게 큰 반발을 샀었다. 기업들은 한결같이 재택근무로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코로나와 함께 재택근무가 왔던 것처럼 이제 코로나와 함께 떠나보내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
코로나를 지나는 3년 4개월 동안 비대면에 익숙해지고 교육, 노동의 형태가 다양해졌지만, 역설적으로 코로나 종식 선언을 한 2023년의 가장 중요한 화두는 '대면'이 되었다. 그 당시에는 비대면 수업이 최선이라 따랐을 뿐인데 정작 취업 시즌이 되어서 학점이 뻥튀기되었다, 아직 펼치지도 못한 업무 능력이 의심스럽다고 하면 정말 억울할 것 같다.
그렇다면 코로나 학번은 어떻게 해야 할까. 코로나 시기에 재취업을 준비했던 나는 사회생활 선배로서 (자격이 있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마음속에 남아있는 익명성을 털어버리는 건 어떨까요. 코로나 학번이 학교를 익명으로 다녔다는 말은 아니다. 굳이 내 위치를 알리지 않고 수업에 참여했던 환경은 소속감이라는 감각을 뚝 떨어뜨릴 수밖에 없었다. 소속감을 가지고 매일매일 학교에 출석했던 감각이 있던 나는 일상에서 비대면을 겪으면서 소속감이 많이 없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소속감을 기를 새도 없이 비대면의 세계에 들어가야 했던 이들에게는 사회로 나가기 위해 꼭 필요한 감각이다. 익명성을 털어버리라고 한 건 소속감을 기르는 방법을 내 나름대로 제시해 본 것이다.
기업이 다시 사무실 출근으로 돌아섰다는 것은 근로자들의 위치를 파악하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온라인 공간 어딘가는 기업이 원하는 위치가 아니다. 특정할 수 없는 공간이 주는 자유로움과 아늑함은 여러 사람 중의 하나가 되고 싶은 익명성을 부추긴다. 하지만 이제 사회로 나갈 수밖에 없는 시점이 왔다. 내가 어디 있는지 적극적으로 알리고 확인받는 시대가 왔다. 기업은 여러 사람 중 하나가 아닌 우리 회사에서 일을 할 수 있는 하나를 원한다. 나의 위치를 알리는 데 조금 더 편해지는 것에서부터 익명성을 털어보면 어떨까 한다.
[참고한 기사]
http://www.shina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30687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3080401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