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삐아노

내가

깊은 바닷속에서 꽃 한 송이를 보았는데

그게 그렇게 향기로울 수가 없더라.

점점 짙어오는 새빨간 꽃잎에 뺨이 발개졌다.


가냘픈 마음 사이로

잦은 소리의 내가 아닌 그가 있다.

촉촉한 태양의 온기가 청록빛 머리를 곱게 매만지고 흰 부리에 실려온 포근한 아지랑이가 그대의 벽을 타고 흐른다.


달게 적시는 노란 꽃망울의 달곰함이 부푼 가슴을 싸고 도는데

- 하고 터지는 그것은 고요한 목청 호숫가에 일렁이는 달빛 같다.

뿌연 시야에 담긴 불볕 같은 뜨거움이 어지럽게 요동친다.


지친 벼랑의 끝에서 나를 보았고 너를 만났다.


나무가 노래하고 별들이 걷고 있는 그쪽의 푸르름에 그냥 누워버린다.

이제 한숨 자고 나면 온몸에 붉은 꽃물이 들어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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