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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약별 Nov 24. 2023

99살의 할머니가 5살의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일

시작 : 사노 요코의 그림책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



99살과 5살일 때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는 걸까?


이제 마흔을 앞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살아보고 싶다고 호기롭게 선언했지만, 돌아온 한마디는 "좋아서 일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다 그렇게 먹고살아"라는 말이었다. 어린아이가 아니면 좋아하는 걸 시작할 수 없는 나이인 건가?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마흔 살의 어른이면, 내가 해야 하는 일을 우선으로 해 나가며 살아야 하는 걸까? 좋아하는 일로 더 멋지게 살 수는 없는 걸까? 누가 나에게 "괜찮아, 할 수 있어, 인생에 늦은 때란 없어."라고 말해주길 바랐다. 그렇게 희망의 말이 고플 때, 나는 그림책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를 만났다. 마음이 한결 가뿐해지는 것 같았다.



사노 요코,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



무엇이든 마음먹기에 따라


사노 요코의 그림책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는 무언가를 해야 함에 늦은 때란 없다는 것을, 그리고 무엇이든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걸, 마음먹은 그만큼 누구든지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해준다.

케이크를 잘 만드는 건 할머니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고, 고기를 잡고, 냇가를 뛰어넘는 일은 어린아이이기 때문에 잘할 수 있는 일일까? 오히려 이런 마음과 생각들이 나를 틀에 가두었던 건 아닐까. 무언가를 시도해 보기도 전에 나는 너무도 많은 것들을 쉽게 포기하고 흘려보낸 건 아니었는지.


이 그림책에는 아흔여덟 살의 할머니와 다섯 살의 고양이가 등장한다. 고양이는 할머니와 함께 즐겁게 놀고 싶지만, 할머니는 항상 "하지만 난 아흔여덟 살인 걸"이라고 말하며 늘 그렇듯 집에서 하던 일을 하며 하루를 보낼 뿐이다. 그러던 중, 할머니의 아흔아홉 번째 생일날 초를 사서 집으로 돌아오던 고양이는 물에 빠지는 바람에 초를 다섯 개밖에 가져오지 못한다. 그리고 다섯 개의 초를 세는 순간 할머니의 마음이 달라진다. 무엇이든 "하지만 하지만"을 말하던 할머니는 이제 다섯 살 아이처럼 바깥으로 나가 자유롭게 뛰어논다. 이제는 '부정'의 '하지만'이 아니라 '긍정'의 '하지만'이 되어서 말이다. "하지만 난 다섯 살인 걸 " 하며 무엇이든 신나게 해 낸다.


나이를 내세우며 뭐든 난 못해라고 말하던 할머니가 스스로를 다섯 살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뭐든 가뿐히 해내는 모습에서 희망을 보았다. 미래의 내가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할지, 미래의 내 모습은 어떠할지 살며시 상상해 본다.


생일날, 아흔아홉의 할머니는 다섯 개의 초를 세고 이제 다섯 살이 되었다고 말한다.



어린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어린아이들은 대부분 무엇이든지 새로운 시선으로 주변을 바라보고, 흥미를 느끼고, 가뿐히 무언가에 도전하기도 한다. 가볍지만 재밌게, 부담 없이, 잘하려는 욕심 없이, 그저 처음 해보는 것들이 신기하고 재미있을 뿐이다. 어른이 된다고 다르지 않다. 나이로만 보자면 나는 어른일지 몰라도, 나의 마음은 아직 어린아이이다.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생각하고,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자고 되뇐다. 그러면 내 삶의 방향이 좀 더 행복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5살은 어쩐지 새 같은 걸" 하며 가뿐히 냇가를 뛰어넘는 할머니



"하지만 나는 다섯 살인걸!"이라고 말하며, 새처럼 가뿐히 뛰어오르는 할머니의 모습을 늘 기억하고 싶다.

할머니의 그 편안하고 즐거움이 가득한 표정. 그것만 기억해 낸다면, 나의 오늘과 다가올 미래는 조금 더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아흔아홉 살의 할머니가 되어도 어린아이의 마음을 가지고 늘 성장할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 무언가에 주저하고 있다면, 함께 이 그림책을 읽고,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를 떠올리면 좋겠다.

"어째서 좀 더 일찍 5살이 되지 않았을까"라고 말하던 할머니처럼, 모두가 이제라도 내가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 시작해 보았으면 좋겠다.


의욕이 앞서다가도 어느 순간, 마음이 흔들릴 때가 있다면,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처럼 생일날 다섯 개의 초를 후- 불어보리라. 그러면 괜찮아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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