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랑하는 자본주의자

선택의 연속에서 발견한 삶의 색깔

by 타닥

평소 즐겨보는 여행 유튜버 유랑쓰 부부의 임현주 작가가 최근에 《유랑하는 자본주의자》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오랫동안 한 채널을 구독하다 보면 자연스레 그들의 시작과 과정을 지켜보게 되고, 나도 모르게 오래된 지인이 된 듯한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팬심에 이끌려 오랜만에 전자책이 아닌 종이책을 주문했다. 책 제목은 그야말로 시대정신을 꿰뚫고 있었다. 유랑하며 돈을 버는 삶은 오늘날 많은 이들이 꿈꾸는 성공의 한 형태일 테니까.


유랑쓰 부부는 결혼 후 1년도 되지 않아 퇴사를 결심하고 전셋집을 처분한 뒤, 주식 투자와 유튜브 운영 등으로 수익을 실현하며 전 세계를 유랑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에 거점을 마련하고 여행을 지속하는 방식으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그들의 삶은 자유롭고 유쾌하다. 물론 그 안에도 크고 작은 고충이 존재하겠지만, 항상 퇴사를 꿈꾸는 직장인에게는 그들의 이야기가 부러움과 동경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책을 읽으며 궁금했던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이거였다.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 과연 삶이 달라질까?"
나 역시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다양한 문화를 경험했지만, 그 경험이 내 삶을 본질적으로 바꿨다고 느끼지는 못했다. 오히려 삶이 크게 확장되었던 순간은 낯선 도시에서 3개월 이상 정착하며 살아봤을 때, 혹은 개그맨 박명수의 유명한 조언처럼 직장에서 새로운 일에 도전하며 성장해 나갔을 때였다. 그래서 단순한 여행의 반복이 과연 성장을 가져올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다. 이 질문은 책의 다음 장을 넘길 동기가 되기에 충분했다.


여행에서 발견한 것들

책 속에서 유랑쓰 부부는 여행이 끊임없이 선택의 연속이라는 점을 이야기한다. 특히 돈을 어떻게 쓰고, 어떤 기회비용을 감수할 것인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점차 뚜렷해졌다고 한다. 이러한 깨달음은 단순히 여행의 즐거움에 머물지 않고, 삶의 우선순위를 정립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그들은 미국 장기 기차 여행을 하면서 나를 찾는 여정을 마무리하고, 한국에서 새로운 정착을 준비하며 여전히 자신들만의 유랑을 이어가고 있다.


책을 읽으며 나 자신에 대해 돌아보니, 지금의 나는 떠나기 전의 임현주 작가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가 좋다고 하는 것을 나도 좋다고 막연히 받아들이며, 내 삶의 색깔을 적극적으로 찾아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다 처음으로 집 리모델링을 하고 나서야 남들에게 언제나 Basic으로 통하는 화이트 앤 우드는 그다지 내 취향이 아니라는 걸 크게 깨달았다. 가구 하나하나, 소품 하나하나를 고르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비로소 내 취향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일반적인 기준이 내 취향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처음으로 나만의 색깔을 찾는 즐거움을 느꼈다. 물론 슬프게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내 취향을 알아가려면 큰 수업료는 피할 수 없었다.


내 삶의 색깔 찾기

취향이라는 것이 과연 나를 온전히 설명할 수 있을까? 돈을 써보며 나를 알아가는 과정은 필수지만, 내가 진정으로 어떤 일을 좋아하는지는 또 다른 영역에 속한다. 어떤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도 한 선택으로 시작된다면, 나를 찾는 여정은 멈추지 않는 선택의 연속이다.


유랑쓰가 여행을 통해 자신을 알아갔듯이, 나도 지금의 일상 속에서 조금씩 나를 찾아가 보려 한다. 꼭 세상을 떠돌지 않더라도, 매일의 선택과 도전을 통해 삶의 색깔을 찾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유랑의 방식이 무엇이든,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모습으로 이 세상을 여행할지 끊임없이 고민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 아닐까? 나의 유랑은 어떤 모습이 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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