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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현금보다 카드가 무서운 이유

학교에서 절대 알려주지 않는 돈 - 1부

by LUY 루이

요즘 지갑에 현금을 얼마나 가지고 다니나요?
아마 대부분은 0원일 거예요.
커피 한 잔을 사도, 택시를 타도, 심지어 1,500원짜리 편의점 삼각김밥 하나를 살 때도 우리는 카드를 꺼내요.
카드 한 장, 혹은 휴대폰 터치 한 번으로 결제가 끝나니까 너무 편하죠.
그런데 문제는, 너무 편해서 위험하다는 거예요.


현금이 사라지면서 우리는 ‘돈이 빠져나가는 감각’을 잃었어요.
예전엔 지갑에서 만 원짜리 몇 장이 사라질 때마다 마음이 살짝 아팠어요.
돈이 눈앞에서 물리적으로 줄어드는 걸 봤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화면 속 숫자만 깎일 뿐이에요.
“결제되었습니다”라는 문구 하나로 끝나죠.

아픔도, 실감도 없습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서, '소비'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그 '아픔'과 '실감'을 철처히 느껴야 한다는 점이에요.
돈은 여전히 우리 손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이미 사라진 뒤예요.


이건 단순히 편리함의 문제가 아니에요.
‘카드 소비는 뇌를 속인다’는 연구 결과도 많아요.
심리학자 조지 루윈과 드라치가 진행한 실험에 따르면,
사람들은 현금 결제를 할 때 ‘통증’과 비슷한 뇌 반응을 느낀다고 해요.
즉, 돈을 쓸 때 진짜로 아픈 거예요.
그런데 카드를 사용할 때는 그 통증 반응이 거의 나타나지 않아요.
결제 행위와 ‘지불의 고통’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죠.


이게 바로 카드가 무서운 이유예요.
우리는 카드를 쓰는 순간, ‘지불의 현실감’을 잃어요.
돈을 쓴 게 아니라 단지 버튼을 눌렀다고 느끼는 착각이 생깁니다.
그리고 이 착각이 반복될수록, 돈에 대한 감각은 더 무뎌집니다.


카드가 만들어내는 또 다른 착시가 있어요.
바로 ‘할부의 마법’이에요.
지금 50만 원짜리 가방을 사면서 “3개월 할부면 한 달 16만 원이네?” 하고 가볍게 결제하죠.
그런데 문제는, 그 달에 이미 또 다른 할부가 있다는 거예요.
핸드폰, 운동화, 넷플릭스, 식기세척기, 심지어 점심값까지 카드에 모여 있죠.
이렇게 작게 쪼개진 결제는 우리 뇌가 ‘부담 없는 소비’라고 착각하게 만들어요.
하지만 결국 16만 원이 아니라 누적된 160만 원이 통장에서 빠져나갑니다.


학교에서는 ‘합리적 소비’를 말했지만,
현대사회는 ‘보이지 않는 소비’를 강요해요.
애플페이, 삼성페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결제 버튼은 더 작아지고, 소비의 경계는 더 흐릿해졌어요.
온라인 쇼핑몰에선 결제 버튼이 “구매하기”가 아니라 “지금 받기”, “다음 달 결제”로 바뀌었죠.
우리는 결제의 고통을 미래로 미루는 대가로, 오늘의 쾌락을 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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