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용태 May 16. 2024

계정혜

戒定慧

"저 호수 속은 어떻게 생겼을까? 무엇이 있을까?"


궁금하여 주위를 이리저리 돌아보아도, 끊임없이 불어오는 비바람으로 도무지 보이질 않는다.

멈추고 앉아 조용히 호흡을 지켜보노라니, 어느새 비바람도 그치고, 잔물결도 잠자기 시작한다.

잠잠해진 호수에 무엇인가가 비추이고, 어렴풋이 들여다 보이는 듯하다.


좀 더 집중하여 들여다보려고 애써 보지만, 허사다.  

호수 어느 귀퉁이에선가, 간간히 오염된 하수가 흘러들어오고 있으니...

비바람은 잠잠해졌건만, 구정물이 흘러들어올 때마다, 표면은 꿀렁이고, 흐려진 물들로 속내가 들여다 보이질 않는다.


계정혜(戒定慧) 삼위일체라 했던가? 삼층집으로 표현해야 할 듯하다. 삼층집을 이루고자 한다면 일층이 있어야, 이층이 있을 수 있고, 이층이 있어야, 삼층이 있을 수 있다.


평온과 깨달음(지혜)을 얻기 위해선 최소한의 계율(팔정도)을 지키는 수행이 선결되어야 함이다.

극단적인 이익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에게조차, 현대사회는 준법경영(Legal Compliance)을 넘어 ESG경영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 ESG (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기업의 친환경(환경보호) 책임, 사회적 책임과 투명한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도록 하는 새로운 경영방식으로 주요 국가들을 중심으로 글로벌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멈추고 앉아 지금 이 순간을 알아차리려 집중해 보지만, 도저히 평정심을 찾을 수가 없다. 마음의 흔들림과 분별심을 멈추고 맑은 물처럼 투명하고 고요해진 상태(선정)에 이르러야 하건만, 저지른 잘못들이 쉼 없이 밀려들어 마음에 걸린다.몸은 여기 있건만, 마음은 과거를 떠돌고 있음이니...


알아차림 없이 무의식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악업, 악행들로 과거의 허상이 만든 부유물들이 계속 흘러들어오는데, 어찌 모든 게 가라앉은 호수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파장이 멈추질 않는 뿌연 수면에 무엇이 비추이고, 무엇이 들여다 보이겠는가?


아무리 멈추고(止) 자리 깔고 앉아 주의를 기울여 (定) 수행을 한들, 알아차림(정견)에서 비롯된 바른 생활이 유지되지  않고서는 완전한 평정심을 얻을 수 없음이요,

멈춤과 비움을 통한 평정심을 구하지 않고선, 분별이나 왜곡 없이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아니, 그냥 훤히 보이는) 명지(明智), 통찰(위빠사나, 觀)에 이를 수 없음이다.



작가의 이전글 용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