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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태 Jul 15. 2024

이 뭐꼬?

스마트기기로 본 공(空)

이 뭐꼬?

이구동성으로 답한다. "핸드폰" 이요!

이것이 무엇인가? 다시 한번 묻자, "스마트폰!"이라 답한다.


이 말을 내뱉은 순간, 우리들에겐 이 물건은 전화기일 뿐이다. 손에 들고 다니는 전화기요, 좀 똑똑한 전화기일 뿐이다.


이렇게 다시 물어본다.

"1시간 전에 여러분들은 이걸로 무엇을 하셨죠?"

사진 찍었다.

음악 들었다.

드라마 봤다.

채팅했다.

맛집 검색했다.

책 읽었다.

그림 그렸다.

ㆍㆍㆍ


그럼 도대체 이게 뭐지?

카메라, MP3플레이어, DVD플레이어, 라디오, 스케치북, 책, 컴퓨터???

도저히 이름을 붙일 수가 없다.


이것이 실체다. 이름으로 불리니, 말에 갇히고 고정관념에 메여, 보이지 않던 것들이, 이름표를 떼고 보니, 비로소 보이게 된 것이다.  결국 어떻게 쓰느냐에 달린 것이다.


가만히 들여다보자. 무엇이 보이는가? 아무것도 없이 텅 빈 화면만이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다.

공(空), 아무것도 없는 것인가?


다시 건드려보니, 아이콘이란 그림기호들이 나타난다.

어떤 이는 이것을, 또 어떤 이는 저것을 건드려 각각 보고 싶은 것을 보고, 하고 싶은 것을 한다.


이래서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이라 하고, "응무소주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 어디에도 머무름 없이 그 마음을 내주어라"라고 했던가?


고정된 버튼들을 없애 버리고 빈 공간으로 남겨두니, 마음대로 다시 채울 수도 있다.

그리곤, 떠나는 순간 언제 그랬느냐는 듯, 다 사라지고 텅 빈 공간으로 돌아간다.

다시 오면, 내가 원하는 대로  또 다른 것이 되어 나타난다.


이게 공의 의미  아닐까?

진짜 텅 빈 공허가 아니라, 비우니 무엇으로든 쓸 수 있고, 무엇이던 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 이게 진정한 공인 듯하다.


누구도 이 텅 빈 물건을 깡통이라 부르지 않고, 스마트기기, 똑똑한 물건이라 부른다. 오늘날 4차 산업혁명시대 가장 대표적인 혁신의 아이콘으로 대변되는 이유일 듯 히다.


선불교 사상에 심취했던 스티브잡스의 경영철학이 들여다 보인다.


멈추고 비움이란, 부정이나 허무가 아니다, 멈추고 비워야 무한한 가능성을 보게 되니, 진정한 혁신도 여기서부터 비롯된다.


에크하르트톨레의 말처럼,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창의적이지 못한 이유는 생각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생각을 멈출 줄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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