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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자랑 부질없다

외벌이와 맞벌이 가정의 비교에 울컥한 마음 읽기

by 유진 박성민

대한민국 국민 중 18세 미만 자녀가 있는 가정의 약 60%가 맞벌이 가정이다.

나 역시도 맞벌이 가정에서 자랐고,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 형제자매들과 남의 손의 도움을 받아서 컸다.

나 역시 맞벌이 가정에서 두 아이를 키웠고, 어려웠던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한편의 추억으로 기억하곤 한다.


간혹 맞벌이 가정에서 현장의 교사로 박사 학위 받고 두 아이 키우면서 학회의 간사까지 하느라 두문불출하는선생님을 보면, 업무의 우선사에서 가정복지가 우선이니 가족부터 챙기라고 한다.

행여나 자녀가 아플 때 담당 업무를 못하여 안절부절할 때 무엇보다 아이가 우선이니 괘념치 말라고 한다.

맞벌이 가정에서 어려운 점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 친인척이나 직장 동료의 각 집마다 아이들이 자라 성인이 된 모습을 보면

내 형편이 조금 더 낫다고, 나의 처지가 조금 더 낫다고 우쭐대는 자식 훈수는 부질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 훈수는 세월이 지나며 성장하는 자녀와 나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맞벌이 가정의 자녀는 엄마의 사랑을 많이 못받아서 안됐다는 둥

너처럼 밖의 일에 전념하면 아이들이 편안히 못큰다는 둥

집에 엄마가 없는 애들은 정서 안정이 안된다는 둥

손을 주먹으로 그리는 아이는 바쁜 엄마를 둔 아이들의 특성이라는 둥


그런데 아직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


아이는 반드시 엄마가 키워야 한다.

아이를 낳으면 엄마가 휴직해야 한다.

아이에게 0-5세는 결정적 시기이므로 엄마가 돌봐야 한다.

와이프가 아파서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어 아빠가 꼭 아이(초등학교 5학년)를 데리러 가야 한다 등


나는 나의 경험을 토대로 때로는 남이 나보다 아이를 더 잘봐줄 수 있다.

여차하면 부모를 대신해서 돌봐줄 1호(친정부모/시부모), 2호(이모/삼촌/큰엄마 등-친척이 아닌 이웃사촌의 이모, 큰엄마 등도 포함), 3호(이웃, 또래 자녀를 키우는 직장 동료 등)의 안전핀인 대리보호자를 두어야 한다. 이웃의 친한 친구가 있으면 한층 든든하다.

육아의 시간보다 육아의 질이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니 맞벌이 가정이라도 짧은 시간에 푹 사랑을 주고 찐하게 아이와 상호작용하라고 한다.

어른이 아이와 집에 함께 있지만 의미 있는 상호작용을 하지 않으면 아이에게 어려움이 발생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야기로 상처를 준 사람은 대체로 외벌이 가장(상사, 친지)들이었다.

근본적으로 외벌이 가장들은 맞벌이 가정에 대한 불안정성을 가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외벌이 가장의 자기 위안이겠지만, 맞벌이 집안도 마찬가지로 자녀를 성심껏 키우려고 애쓴다.

외벌이와 맞벌이를 견주는 비교는 사실상 자녀 양육에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그보다 자녀가 세상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어떠한 대인관계를 맺으며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더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도 내 자녀가 남의 집 자녀보다 더 낫다고 자신할 수도, 자랑할 수 없다.

상대적 비교 우위에 있다고 누구네 집 자녀가 더 잘 자라는 것도 아니다.

자녀의 상대적 비교는 헛된 부모의 모습이다.


그저 이집 자녀나 저집 자녀나 우리집 자녀 모두 자신만의 고유함을 인정하고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자라길 바랄 뿐이다. 이런 마음이 다른 집 자녀나 우리집 자녀를 바라보는 넓디 넓은 부모된 마음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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