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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남자, 가을 여자

'가정에서 을'인 남자 모임 활성화

by 유진 박성민

박사과정생이 가을 남자 모임이 위안이 되지만

자주 모일 수 없어 아쉽다고 한다.


가을 남자가 뭐냐고 물어보니

'가정에서 을인 남자' 모임이란다.

그런데 이 모임은 남자들의 부인이 허락해야만

모일 수 있는 모임이라고 한다.


그 말에 웃음을 참지 못하고 연유를 물으니

본인은 5살 연상인 누나와 결혼했는데

대학때 사귄 누나가 먼저 졸업하여

지금이 있기까지 본인을 키웠기 때문에

의리를 지키고 감사하며 살고 있다고 한다.


가을남자 모임 사람들은 모두

부인의 말을 잘 듣고(경청하고)

부인의 말을 잘 따르고(협조하며)

자녀들에게도 엄마의 말을 무조건 들으라고(인정하여 권한을 주어)하며

가정을 협력적으로 이끌고 있다고 한다.

자조섞인 설명이지만 신뢰와 긍정이 뭍어난다.


이처럼 현명한 가장이 있다니

수업시간에 양육과 교육에 관한 담론으로 대화할 때

와이프라고 표현하다가도 적절한 시점에 "누나가 ~라고 해서"라고 하며

유머와 위트가 섞인 농담으로 양육관과 교육관을 넘나든다.


젊은 아빠들의 지혜인데

가정에서 부모의 일관성과 지향점을 일치시키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세상에 이렇게 현명한 아빠들이 많아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가을 여자'로 다른 세상에 살지만

두 아들에게 고민이 있거나 결정시 조언이 필요할 때

항상 엄마 의견을 따르라고 했던 애들 아빠의 지침이 생각나서

엄청 부러운 마음이 조금 달래졌다.


하지만 알 수 없다. 남편은 본인을 가을 남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갑이 을이 되고, 을이 갑이 되기도 하는 인생이다.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에 식욕이 돈다고 했나.

하지만 누구는 가을에 식욕이 없어진다고도 한다.

가을 남자는 남자가 가을을 탄다는 통념때문이지만

호르몬 영향으로 여자가 가을을 더 많이 타기도 한다.

표면적으로는 식욕, 심리적으로 우울감이라고 하지만

가을을 탄다는 의미에는 본질적으로 '외로움'이 자리잡고 있고 본다.


나이듦의 영향일까.

나는 공감을 나누는

'가을 남자' 모임이 활성화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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