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고통을 응시하면서
나는 6년 전 배우자를 사별하고 말더듬이가 되어 겨우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할 때까지 한 세계가 영영 내 곁에서 사라진 공허감에 모든 것이 무감각한 상태가 되어 마치 헐렁거리는 허수아비처럼 일상 펄렁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내 나이쯤 되면 부모와의 사별이든 형제와의 사별이든 한 번쯤 사별의 아픔을 겪었을 것인데, 내가 겪어 본 배우자와의 사별은 그 어떤 사별과도 다른, 이상한 고통이었다. 고통의 실재는 짐작의 정도를 넘어서서 황량한 벌판에 홀로 내던져진 무지막지한 것이었다.
살아지는 일상과는 달리 내면은 의지를 가지고 살아갈 의미를 찾지 못한 채 자식 일 외에는 세상이 어떻든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런 나 자신이 사람인가 싶기도 해서 눈물이 날 때는 삶과 죽음의 거리가 꽤나 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무엇을 해 볼 의지나 감정 없이 살아있다는 것이 죽음과 뭐가 다를까 싶었다.
자식을 앞에 둔 엄마이기에 먼저 힘을 내야 하는데 그것이 왜 그리 힘이 들었을까. 이 극심한 상실감을 말하지 않고서는 나를 추스를 길이 없음을 뒤늦게 글을 쓰면서 깨달았다. 시간이 지나도 고통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고, 응시해야 하는 것이었다.
이 글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던 사별의 고통을 응시하면서 쓴 글이다.
아픔이 농액이 되어 흐를 때 글이 되었다.
감각도 없는 이 아픈 것을 '이런 것이다'라고 말할 때, 누가 공감할 수 있을까.
이것은 내 마음이 나를 마주하여 나를 돌보는 시작이기에 나를 만나는 자리이다. 그리고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시간이 될 것이다. '사별의 상실감을 너만 겪는 것도 아닌데 그리 유별나냐'는 시선이 상처가 되는 이들에게 '나도 너와 같아'라고 말해 주고 싶다.
나는 말이 되어 나오지 않던 상실의 아픔을 말로 차츰 드러내면서 남은 삶을 바라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