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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주 Mar 28. 2022

까닭조차 물을 힘이 없는 고난 속
당신에게

「욥, 까닭을 묻다」를 읽고

성경을 읽다 보면 잘 이해되지 않는 장면들이 있다. 신실한 스데반은 돌에 처맞아 죽고, 하나님 뜻에 따라 복음을 전하는 바울은 늘 목숨을 내놓아야 하며, 출애굽을 이끌 모세는 40년간 광야를 헤매야 했다. 이 외에도 나의 얕은 지식과 불충한 신앙으로 자꾸 물음표가 생기는 인물들이 있었는데 그중 끝판왕은 욥이다. 하나님이 그렇게 자랑하시는 믿음의 욥이 왜 사탄과의 내기에 던져져야 했을까? 처음에 위로하던 친구들은 돌연 입에 칼을 물고 안 그래도 힘든 욥을 대적할까? 정말 욥의 아내는 악처일까? 고난, 그 자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나는 까닭 없이 하나님을 신뢰할 수 있는가? 이 책은 나처럼 욥에 대해 연민과 오해, 많은 질문을 가진 이들에게 훌륭한 안내서가 된다. 앉은자리에서 다 읽게 만드는 접착제 같은 책이다. 


「욥, 까닭을 묻다」는 저자의 18번째 책이다. 그간 탄탄한 신학적 논증, 동서양을 막론한 인문학적 견해를 골고루 버무려 성경적 삶의 수많은 질문에 해답을 제시했던 저자의 성찰은 이 책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맹목적인 신앙으로만 욥을 이해하도록 요구하지 않는다. 더불어 저자의 뼈저린 고난의 순간을 갈아 넣었기에 더욱 끌린다. 고난을 견뎌온 저자가 욥을 통해 고난을 어떻게 이해하고 견디며 통과할 수 있는지 따뜻한 음성으로 위로해 준다. 지금 절망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 준다.


고난이 닥칠 때 나는 어떻게 반응하는가? 왜 열심히 살아온 나에게 이렇게 힘든 시련을 주느냐 원망할 것이다. 욥처럼 순전하지는 않아도 저 악인처럼 나쁘게 살지 않은 나에게 가혹하다며, 불공평하다며 울부짖을 것이다. 그런데 기쁜 일, 좋은 일이 생겼을 때 나는 어떻게 했었더라? 왜 하필 나에게 이런 행운을 주시느냐 따져 물은 적이 없었다. 하여 고난이 다가올 때도, 그 까닭조차 알 수 없고, 이해되지 않을 때에도 ‘고난이 내 삶을 파괴하는 듯 보여도 모든 것이 하나님의 손안에 있다’는 저자의 말을 신뢰하면 좋겠다.


그렇다고 억눌린 채 입 다물고 있으란 말이 아니다. 순전한 욥도 하나님을 원망했고 자신이 태어난 그 자체를 저주했다. 하나님께 따져 물었고, 야곱처럼 하나님과 씨름하고자 했다. 저자는 이런 모습이 믿음이 없는 행위가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을 신뢰하기에 가능하다 말한다. 마치 어린아이가 떼를 쓰거나 사춘기 청소년들이 부모 가슴에 대못 박는 말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것은 부모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기반되기 때문인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은 내가 욥이자 욥의 세 친구라고 말한다. 고통받는 자에게 나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논리적인 비난을 위로라는 말로 포장하고 있지는 않은지, 진심 어린 충고라지만 사랑이 빠져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또한 고난의 본질을 개인에게만 전가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라 한다. 


개인의 고난을 넘어 타인의 고난에도 함께 눈을 뜨는 욥을 닮자고도 제안한다. 욥기서 초반에는 자신의 고난에만 울부짖던 욥이 후반부로 갈수록 고난 받는 이웃도 함께 바라본다. 하나님께 까닭을 물을 때 자신의 고난과 함께 타인의 고난도 함께 대변한다. ‘내 고통에 함몰되지 않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며 그 고통에 연대할 때 우리는 고난을 통과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사회복지사인 나에게 울림이 있는 메시지라 형형색색으로 밑줄을 그었다.      

'내 고통에 함몰되지 않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며 그 고통에 연대할 때, 그는 고난을 통과한다' 본문 中


혹시 지금 당신도 욥처럼 울부짖고 있는가? 막막하고 억울함에 어쩔 줄 모르고 있는가? 내가 당신에게 위로가 된다면 좋겠지만 혹여 욥의 세 친구처럼 오히려 당신에게 고통을 가중시킬 까 두렵다. 그래서 나는 당신에게 이 책을 선물하겠다. 당신, 욥처럼 하나님께 대들기를. 까닭을 묻기를. 마음껏 하나님께 쏟아내기를. 다 쏟아낸 그 빈 곳에 하나님의 놀라운 평안이 깃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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