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사탕 “나 다시 돌아갈래!”

박하사탕 (2000) - 이창동 감독

by SBOOI

열차가 내달리는 철로 위, 봄바람 살랑이는 어느 날. 설경구가 연기한 김영호는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린 채 기차를 향해 달린다. “나 다시 돌아갈래!” 과거로 향하는 절실한 갈망이, 기차 소리와 뒤섞여 관객의 심장 속으로 파고든다. 이창동 감독의 데뷔작은 시간 역주의 서사를 택해, 한 남자의 삶이 차례차례 지워져 가는 과정을 잔혹하게 드러낸다. 영호의 절규는 개인의 상처와 시대의 상흔이 겹쳐져 탄생한 비극의 결정체다.


현장 촬영은 더욱 사실적이었다. 이창동 감독은 CG가 아닌 실제 철로에서 찍길 고집했고, 배우 설경구는 리허설 때 스태프의 손을 뿌리치며 온몸으로 저 외침을 소화했다. 카메라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그의 눈물, 입술 떨림, 그리고 단 한 번의 몸짓에 집중했다. 촬영장의 긴장감은 마치 진짜 죽음의 순간을 담는 듯했으며, 그 위태로움이 스크린 너머로 전해져 보는 이를 숨죽이게 했다.


이 대사는 단순한 대사 그 이상이다. 지나간 시간을 되돌리려는 욕망, 그럼에도 막을 수 없는 흐름 앞에서 인간이 느끼는 무력감과 뼈아픈 후회가 압축되어 있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수많은 관객이 머릿속에서 이 절규를 되뇌었고, “한 번만이라도 돌아갈 수 있다면”이라는 상상을 멈추지 못했다. 그렇게 “나 다시 돌아갈래!”는 한국 영화의 한 장을 장식한, 잊히지 않을 절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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