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달걀을 깐다. 잘 까지지 않아서 손가락에 힘을 준다. 손톱을 자른 것을 후회한다. 문득 이러다가 병아리가 나오면 어쩌지, 생각한다. 병아리가 닭이 되고 그것이 울어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삶은 달걀을 까고 있는 내 뒷모습이 보인다. 뒷모습은 달걀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팔꿈치가 날갯짓을 하고 있다. 달걀 껍질은 깨진 휴대폰 액정 같다. 놓쳐서 깨지는 것들, 다시는 주워 담을 수 없는 것들. 작은 껍질에 흰자가 함께한다. 다 까진 달걀을 멀거니 바라본다. 달걀이 울퉁불퉁하고 내가 생각했던 순간이 아니다. 달걀을 한 입에 넣고 씹는다. 흰자는 아무것도 아니어서 노른자는 뻑뻑하다. 목이 메여 물을 마시지 않는다. 뻑뻑함이 흘러내리는 것을 막아준다. 올라오고 있다가 문득 내려간다. 어느 순간 혈관으로 피가 움직이고 있다. 흰자에서 그것들이 멈추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