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무서움
허리케인, 토네이도, 홍수, 지진, 산불, 폭염, 폭설, 우박, 화산폭발
지난 몇 년간 미국 뉴스에서 언급된 자연재해들이다. 이런 자연재해들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남긴다. 미국 동부에 살든, 서부에 살든, 남부에 살든 자연재해의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2023년, 학술지 Nature Climate Change에 미국 부동산 시장에서 반영되지 않은 홍수 위험의 잠재적 비용을 조사한 연구가 실렸다 (링크).
연구에 따르면, 미국 홍수 위험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할인율에 따라 121억 달러 (한화 16조 원)에서 237억 달러 (한화 32조 원)까지 과대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홍수 위험 지역"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늘어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불과 2주 전, 허리케인 헐린으로 인해 발생한 '성경에 나올 법한 대홍수'가 노스캐롤라이나 주 애쉬빌을 말 그대로 박살 냈다 (잔혹한 허리케인이 지나간 미국 남동부 참조). 애쉬빌은 홍수 위험 지역이 아니었다. 오히려 자연재해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도시(climate haven)로 알려져 있었다. 뉴욕의 맨해튼 또한 아주 조금씩 물에 잠기고 있다 (링크).
허리케인 헐린의 피해가 복구되지 않은 이 시점, 또 다른 허리케인 밀턴이 휴양지와 은퇴 동네로 유명한 미국 플로리다 주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 탬파(Tampa)에 큰 피해가 갈 것으로 예상되어,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다른 도시로 대피 중이라고 한다. 3미터 높이의 해일이 밀려오면 바다 근처 집들은 물에 잠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파손된 집을 미리 가입한 주택 보험을 이용해 수리하는데, 많은 보험 회사들이 이미 플로리다 시장을 떠난 상황에서, 남은 보험사들도 높은 청구 건수와 비용 때문에 플로리다 주택을 더 이상 보험으로 보호해주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자연재해로 집이 파손되는 상황을 접하게 되면, 부동산을 더 이상 부를 쌓는 투자 상품으로 보기가 어려워진다. 주택 보험에 가입할 수 없거나 보험료가 천문학적으로 비싼 동네의 집값이 과연 장기적으로 상승할 수 있을까?
나에게 집은 그 안에서 자유로움을 느끼고 추억을 쌓기 위한 '값비싼 사치품'이다.
먼 훗날 사치품이 내가 산 가격보다 더 비싸게 팔리면 그건 보너스일 뿐, 집을 사는 목적이 될 수는 없다.
무엇을 위해서 집을 마련하고 싶은가? 집을 구매하기 전에 나 자신에게 한 번쯤 물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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