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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즘 Aug 30. 2023

당신이 약속시간에 늘 5분 늦는 사람이라면

 

대하소설을 써도 될 정도로 다양한 핑계들


이렇게 규칙적일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매번 약속시간에 5분 정도 늦는 친구가 있다. 핑계도 대하소설을 써도 될 정도로 다양하다. 게다가 사실적이어서 도무지 믿지 않을 수가 없다. 성격도 좋고 실력도 있고 주머니도 잘 열어 나무랄 데 없는 친구지만 중요한 건 ‘습관적 지각’에 신뢰의 농도가 점차 묽어진다는 사실이다.     



5분 늦는 사람들의 세 가지 특징


미국 경제지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5분 늦는 사람들의 특징을 세 가지로 꼽은 내용을 게재한 적이 있다. 첫째, 늘 ‘베스트 시나리오’만 생각한다. 전철이 늦는다든지 도로에서 공사가 실시되고 있다든지 하는 변수에 대한 계산을 하지 않는다는 것. 둘째, 자기가 먼저 약속 장소에서 기다리는 걸 못 견딘다. 약속 장소에 일찍 도착해서 기다리는 걸 ‘시간을 버리는 짓’으로 간주한다. 셋째, 효율을 따진다며 약속장소로 출발하기 전에 꼭 뭔가 하나를 더 한다. 책상 정리나 불필요한 이메일 삭제 같은 나중에 해도 될 일들이다.     

참 잘된 분석이라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건 5분 상습 지각이 평생 이별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신뢰의 고리’가 끊어지기 때문이다. 신뢰는 인간관계와 소통의 기본 토대다. 신뢰를 잃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 말이 씨알이 안 먹힌다. 신뢰가 영향력의 토대이기 때문이다.     



신뢰는 호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동전과 같다


리더십의 대가 존 맥스웰이 말했다. “신뢰는 호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동전과 같다”라고. 모든 사람은 인간관계에서 일정한 수의 동전을 주머니에 채우고 시작한다는 것. 신뢰를 쌓을 때마다 주머니 속으로 동전이 들어가고, 신뢰를 잃을 때마다 주머니에 있는 동전을 꺼내서 사람들에게 줘야 한다.     

5분 상습 지각을 하는 친구는 어느 날, 약속시간에 늦어 동전을 꺼내기 위해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텅 빈 주머니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막다른 지점이다. 그때는 회복이 불가능하다. 주머니의 동전이 떨어지는 순간, 안타깝지만 그와의 인간관계도 끝이다.     

신뢰를 쌓으려면 능력도 있어야 하지만 성품은 필수다. 능력과 관련하여 가끔 저지르는 실수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용서하는 경향이 있다. 완성된 것이 아니라 아직 성장 단계에 있다고 너그럽게 보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품에 결함이 있다면 사람들은 냉철하다. 신뢰하지 않는다. 신뢰를 잃은 사람이 믿음을 회복시키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신뢰를 자신의 가장 귀한 자산으로 생각하고 소중하게 다뤄야 하는 이유다.     



증자가 자식을 위해 돼지를 삶은 이유


중국 고대의 이름난 사상가이자 법가 학파를 대표하는 인물인 한비(BC 약 280∼233년)가 지은 《한비자》(韩非子)에는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이 나온다.     

증자의 아내가 저자(시장)에 가려고 하는데 아이가 울면서 따라왔다.     

“집으로 돌아가거라. 내가 시장에 갔다 와서 돼지를 잡아줄게.”     

증자의 아내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이렇게 말했다. 증자의 아내가 시장에서 돌아와 보니 증자가 돼지를 잡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깜짝 놀란 증자의 아내가 증자를 말리며 말했다.     

“여보! 아이를 달래기 위해 그냥 해본 말인데, 정말 돼지를 잡으려고 하면 어떻게 해요!”     

그러자 증자가 말했다.     

“아이에게 실없는 말을 해서는 안 돼요. 아이는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부모에게 배우고 그 가르침을 따른다오. 지금 아이를 속이는 것은 속임수를 가르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오. 어미가 자식을 속이면 자식은 어미를 믿지 않게 되오. 그릇된 교육을 해서는 안 된단 말이요.” 

그리하여 증자는 결국 돼지를 잡아 아들이 어머니를 믿을 수 있도록 했다.     



5분 늦음, 가치관의 느슨함


증자팽채(曾子烹彘). 한비자에 나오는 ‘증자가 자식을 위해 돼지를 삶았다’는 내용이다. 증자는 공자의 제자 증점의 아들로 공자의 도(道)를 계승한 인물이다. 그의 가르침은 맹자에게 전해져 유교 사상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5분 늦음은 그의 가치관과 연결된다. 가치관의 느슨함이다. 약속을 지킨다는 것은 자신의 고결함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는 의미다. 사람은 신뢰 잃은 사람을 따르지 않는다. 신뢰를 잃은 사람과 진정한 소통을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무늬만 소통일 뿐이다.     

만약 당신이 약속시간에 늘 5분 늦는 사람이라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자신이 맺고 있는 인간관계의 끈이 얼마나 약해지고 있는지를.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때로 상황이 여의치 않을지라도. 비록 다섯 살짜리 아이와의 약속일지라도. 증자는 지혜로웠다. 잃었지만, 얻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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