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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술감독 김소형 Aug 31. 2023

더 이상 설렘이란 없다!?

젠장! 또 걸리고야 말았다


추천곡

Beethoven Andante Favori F장조,WoO57

https://youtu.be/JYI7_KRoKfo?si=OW0CsIYsrUOngRjE

이왕 들어오셨다면 배경음악을 틀어놓고 분위기를 잡아보실까요?


젠장, 또 걸리고야 말았다.

지난여름, 코로나가 다 가시지도 않았을 때의 갑작스러운 미국 방문

이미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활개 치며 다니는 미국인들의 눈치를 보다가

혹시 어그리 아시안이라며 테러를 당할까 무서워서 벗어야겠다고 행동을 취한 즉시 걸려버렸다.

어느 놈의 침이 그대로 무방비 상태의 내게 튀어 버린 거지.

그땐 죽도록 아팠다.

그리고 딱 1년 만에 또 걸렸다.

요 근래 워낙 만난 이들이 많아서 원망조차 할 수도 없다.

오늘부터 쭉 잡힌 만나야 하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돌렸는데 하나같이 정중히 피한다.

이번엔 안 아픈데 말이다.


오랜만에 아침 여유를 가지며 브런치에 올릴 글을 정리한다.

우아함을 설정할 커피 한잔과 함께.

저 뒤를 돌아보면 쌓여있는 설거지가 그 우아함을 와장창 깨 버릴 것을 알기에

뒤를 절대 돌아보지 말아야 한다.

이성을 만나 설레는 이야기를 브런치스토리에 쓰다 보니 그런 느낌을 언제 가졌었던가..

쥐어짜서 추억을 더듬어 나가도 잡힐 듯 잡힐 듯 그닥.

그래서 나 같은 중년의 여인들이 멋진 남주인공이 나오는 드라마에 집착을 하는 것 일지도.

드라마 쪽 일을 하다 보니 애즈녁에 남주인공에 대한 환상은 일찌감치 깨져 버린 지 오래다.

말 그대로 각본에 의해 만들어진 드라마니까.


자 그럼 오늘의 일상에서 오는 설렘이란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볼까?

일단 요즘은 브런치를 막 시작해서인지 내 생각을 써 나갈 수 있는 사실이 나를 설레게 한다.

이 설렘은 내가 인위적으로 만든 설레임이니까 나를 토닥토닥해 줄 만하다.

이쯤에서 심사에 통과시켜 준 브런치팀에도 감사를 전한다.

서툴지만 한 편의 단상을 적어 내려가고 글에 맞는 곡을 추천도 하는 이 일이

오늘. 지금 이 순간 나를 설레게 하는 일이다.

다음번 유튜브에 올릴 연주를 기대하며 선곡하고 연습하는 일도 설렌다.

다음 음악회를 어떻게 멋지게 이끌까 를 상상하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연습하는 시간도 설레인다.

이 세 가지만 해도 오늘 나를 기대하게 하고 들뜨게 하고 설레게 하는데 용량 초과이다.

이 정도면 젊은 날의 이성에 의한 설렘이 아녀도 충분히 멋진 나만을 위한 긍정적인 설레임이 아닐까

젠장이 가져다준 시간속 뜻밖의 설레임


이제 뒤를 돌아본다.

쌓인 설거지를 끝내고 진짜 우아하게 설레임을 맞이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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