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 아내를 돕는 일인가? 내 일인가?
1. 결혼 4년차 어느 주말 저녁, 아내가 내게 설거지 부탁(?)을 했다.
그 날도 여느 때처럼 열심히 일하고 맞이한 주말이었다. 당시 아내는 고등학교 교사로 일했었다. 설거지를 하는 나의 모습이 뭔가 시원치 않았었나 보다. 등 뒤에서 아내의 소리가 들렸다. “당신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하세요. 아니면 그만 두시고요.”
………….
2. 그 말에 나는 갑자기 뒤통수를 한데 얻어 맞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얼떨결에 모면하고자 답변했다. “아냐, 내가 할 일이지….” 기분이 산뜻하지는 않았지만, 논리적으로는 합당한 지적 같아서 서둘러 대답하고 설거지를 계속 했다.
그러면서 내 생각을 다시 정리했다. “그렇지, 설거지는 내가 아내를 돕는 것이 아니지. 같이 살면서 마땅히 내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내 일이지.” 아내의 말이 100%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아내도 직장인이었다. (그렇다고 제가 평소에 집안일을 하지 않았다는 말은 아님을 이해 바랍니다)
3. 그 후로 나는 집안일 하는 것에 좀 더 자유를 얻었다.
내 일을 하는 것과 남이 시켜서 하는 일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대신 아내와는 서로 좋아하는 것을 하자고 했고 나는 설거지를 택했다. 실은 나는 걸레질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다. 아내에게는 말하길, “나는 무릎 꿇고 비굴하게(?) 사는 것 싫어요.” 당시는 구부리고 걸레질할 때였었다.
그런데 설거지는 설거지 전후의 상태 변화, 깨끗해지는 그릇을 보면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생각해보면 내가 좀 이기적이었고, 아내가 나를 품어 준 것이다.) 어쨌든 그 날 아내의 말이 내 생각을 바꾸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이 되었다.
4. 그런데 이것은 비단 가정에서 부부간에만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어느 기업이나 심지어 봉사 기관에서 일할 때도 마찬가지다. 내 일이 아닌데 도와준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진정한 자발성과 평등은 사라지고, 하나됨에 이를 수 없다.
어느 곳에 서든 내 일이라고 생각해야 주도성과 진정한 즐거움도 따라온다. 달리 말하면 수동태 인생이 아니라 능동태 인생을 사는 것 말이다.
5. 실제로 그 날 아내와의 관계와 대화는 나의 다른 생활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분명한 한 가지로, 적어도 집안에서 억지로나 갈등 상황 속에서 집안일을 하지는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적용질문
1. 당신은 집안 일을 할 때 억지로 하거나 도와주는가, 아니면 내 일이기에 하는가? 집안일을 하는 당신의 마음을 한 마디로 표현해 보세요.
2. 직장이나 어느 단체에서 누군가에게 도움 요청받았을 때 당신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