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JI Aug 19. 2023

다시 6개월이 지나고

2023. 6. 6. 다시는 쉽게 지지 않고 싶은 이민생활

드디어 다시 6개월이 지났다. (이번 달은 글을 적어 내려가는 게 가장 어려워서 늦었다)

여기 와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지난달에 겪으면서 내가 이렇게까지 감정에 휩쓸려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행동에 놀라기도 했고 몸도 안 좋은 느낌이 들어서 같은 감정이 또 오더라도 그날처럼 똑같은 행동은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왜 그렇게까지 뚜렷한 이유 없이 몸과 마음이 무거웠을까 다시 생각해 보고 싶었다.


해외 생활은 넉넉잡아 한 1년 정도면 어느 정도는 적응할 거라고 예상했다. '그래도 뭐, 워홀 경험이 있으니까 낯설지는 않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왔을 때 옛 추억이 떠올라 감회가 새로웠지만 더 이상 흥미로운 곳이 아닌 앞으로 살아가야 할 곳이 되었고 워홀의 무게를 들어봤기 때문에 오히려 이민이 훨씬 더 무거운 느낌이 든다. 앞선 경험이 오히려 겁이 많이 생기는 후유증이 된 것 같다.

결혼생활은 한번 결심하고 나서는 애써 많은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배우자를 따라 아무 연고 없는 타지에 간 지인의 얘기를 들으면서 그래도 요즘은 연락할 방법이 쉬워져서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방법은 쉬워도 연락 자체가 어려웠다. 이제서야 친구들이 내가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만날 때, 왜 그렇게 울었는지 알게 되었다. 담담하게 웃던 나를 보며 펑펑 울었던 눈물의 의미를.


능력은 그동안 쌓았던 경험으로 나오는데 아무래도 한국에서만 쌓았던 경험이라서 이곳에서 발휘할 수 있을지 아니면 선호하는 새로운 직업을 다시 배워야 하는지 여러 가지로 고민이 되다 보니 한순간에 능력이 상실된 느낌이다. (배우자도 주위 사람도 일단 아무 일이나 가볍게 해보라고 권유하지만, 매사에 복잡하게 생각하여 가볍게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성향이 강하게 있어서 이것 또한 쉽지 않다.)


무망감(務望感, hopeless).

좋아하는 것이 생기지 않아 희망이 없는 느낌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단어를 살면서 처음 들었고 듣자마자 '아하, 내가 그랬던 이유가 이거였구나.'하고 깨달았다. 심지어 아프면 바로 치료받았던 한국과는 전혀 다른 호주 병원 시스템까지 사소한 것부터 여러 가지 변화를 한꺼번에 겪고 있어서 희망과 기대보다는 당장 헤쳐 나가야 할 일에 스트레스를 계속 받아온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제 정확하게 원인을 알아냈으니 이제부터 무망감에 쉽게 지지 않겠다. 그동안 다시 호주 온 1개월부터 6개월의 기록이 혼란과 혼돈으로 가득 찬 글뿐이었는데 다음 달부터는 조금 더 극복해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타국생활을 지내보려고 해야겠다.


https://youtu.be/AQiVdRGH6aM?t=96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