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소에 쇼핑도 영화관람도 운동도 해외여행도 워킹홀리데이도 혼자서 밥 사 먹는 것 빼고는 혼자서 잘 다니고 혼자서 잘한다. 기분이 안 좋을 때도 밤에 혼자 나가서 사람 많은 거리를 걸으면서 생각을 정리하거나 혼자서 드라이브하는 것도 좋아한다. 그리고 스타벅스 한적한 매장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거나 심지어 몇 년 전 가을에는 여러 가지 생각을 정리하려고 혼자 1,100m가 넘는 등산을 한 적도 있다. (다만 시작부터 너무 힘들어서 생각할 틈이 없었지만) 친구란 언제까지나 항상 같이 있을 수 없고 인연이란 생기기도, 없어지기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삶을 잘 사는 것은 혼자서도 잘 지내는 것으로 생각해서 해외에서 사는 것에 괘념치 않았다. 세상에서 나를 사랑해 주는 배우자 단 한 사람만 있으면 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한 사람이 내 마음을 몰라주니 너무 힘이 많이 든다. 적어도 몇 년을 먼저 살아온 경험자이자 같이 사는 배우자가 이민 생활이 힘든 마음을 그때그때 알아줄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왜 그래?' '괜찮아?' '뭐 때문인지 말해줘야 알지.' 이런 말만 들으면 오히려 더 얘기하기가 싫었다. 먼저 표현을 잘 못하니까 내 마음을 면밀히 봐달라고 싸울 때마다 말했었는데.
내 옆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도 내 마음을 몰라주는 서운함과 실망감에 우울은 또 살며시 내 방에 들어와 눌러앉아 버린다. 처음 겪었던 그때만큼은 빠지지 않으려고 모든 감정은 내어주지 않겠다고 막아보지만 대충 끼니 때우고 곧바로 침대에 눕게 된다. 잠이라도 많이 자면 하루가 금방 지나가니까. 배우자와 마주치기 싫어서 출근할 때까지 자려고 했고 퇴근할 때 미리 자려고 했다. 밑바닥까지 나의 처참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는데 결국 끝나지 않는 말다툼에 못 견뎌 내가 다 잘못했으니까 그만하자고 하고 깜깜한 방에서 바닥에 엎드려 울어버렸다.
나도 진정이 조금 되고 하던 대화를 마무리 짓기 위해 아침 일찍 집에서 나와 우리가 좋아하는 카페로 가서 말 못 하고 속으로만 담아두었던 마음을 터놓았다. 각자 주문한 커피 한 잔과 브런치 한 접시에 화해는 아주 간결했고 이번 일을 통해서 우리는 부부 회의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