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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JI Jan 26. 2024

다시 12개월이 지나고

호주 이민생활, 무슨 일로 먹고 살아야 하나.


호주에 산 지도 이제 12개월, 1년이 넘었다. '나도 이제 돈을 벌어야 하긴 하는데….' 수입과 직업에 대한 생각이 점점 들었고 게다가 육아하게 된다면 그때도 수입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서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고민이 되었다. 그러나 고민의 끝에서 나오는 건 짧은 탄식뿐, 그동안 여러가지 경험을 바탕으로 나의 경력과 성향, 흥미, 재능 등 이것저것 떠올리며 적합한 일이 무엇일지 생각해 봤지만 어느 것 하나도 새로운 일을 하기 애매하기만 하다.


나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어떤 분은 간단한 알바라도 나가서 일을 하는 게 확실히 빨리 적응이 된다고 얘기를 해주시고 어떤 분은 그런 일 하기에 아까우니까 조금만 공부하면 더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나도 끄덕끄덕하며 머리로는 알았지만 0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막막함과 이제는 한 번의 결정이 이민생활의 행보가 결정된다고 생각하니까 결정하기가 겁나서 선택을 미루게 된다.


어느 날, 내가 알고 있는 한 유학생이 영어를 정말 잘하는데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지내는 생활이 가끔은 의문이 들 때가 있다며 몇 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호주에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그 말을 듣고 '그래, 그런 사람도 힘들 때가 있는데 나라고 힘들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이상하지.'라는 반성을 했다. 나의 부족한 언어와 애매한 능력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마다 차라리 한국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자석처럼 끌어당기지만 그래도 함께 가정을 꾸리기 위해 밤낮으로 일하는 배우자 앞에서 그러한 마음을 계속 내비칠 수가 없어 속으로 삼킨다. 속으로 삼킬 일이 없어지는 날은 언제쯤이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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