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하고 친절한 마음에도 이면이 있다. 슬픔이자 결핍이다. 그런 질문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작은 친절에도 몸서리치도록 고마웠던 어른에게 열두 살 아이가 할 수 있었던 일은 침묵이었다. 침묵이 쌓여 문이 닫혔다. 공간의 문도 닫히고, 마음의 문도 닫혔다. 열렬히 두드리며 열고 싶었지만 오히려 닫아야만 했던 문 앞에서 어른이 된 아이가 상처를 마주한다.
문은 안에서 잠기는 것만이 아니다. 바깥에서 스스로를 가두는 방식으로도 닫힌다. 어른이 된 아이가 문 앞에서 상상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문을 열고 들어간 열두 살 된 아이가 할머니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 마을을 둘러보며 추억을 새기는 모습을 상상한다. 그리고 서울 이모의 화해의 손짓을 모른 척하지 않는 장면을 상상한다. 용서하지 못하는 모습과 용서하는 모습도 떠올린다. 어른이 된 아이가 문 앞에서 주저앉아 내가 그랬다면, 그랬었다면 후회할 때, 문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