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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늙는다는 건 어쩌면, 방심의 다른 이름

세상의 주인 되기

by Jay Kang

얼마 전, 은퇴한 선배와 함께 여행을 다녀왔다. 코로나19 이후로 5년 가까이 여행을 가지 못했고, 간혹 가족과 함께한 여행이 전부였기에, 이렇게 남자 둘이만 함께한 여행은 처음이었다.

함께한 선배는 이제 막 환갑을 넘긴 분이었다. 여행을 하며 자연스레 ‘늙는다는 건 과연 어떤 의미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내가 생각하는 ‘늙음’이란 단순히 신체의 노화만을 뜻하지 않는다. 행동이나 사고방식이 점점 고정되고, 시대에 뒤처지는 것이 진짜 노화이며, 그 모습을 가장 정확히 인식하는 건 본인이 아니라 옆에서 지켜보는 타인이라고 생각한다.

그 선배와 함께한 2박 3일은 그런 생각을 확신하게 만든 시간이었다.


나도 언젠가는 그 선배처럼 늙어갈 것이다. 하지만 내가 느낀 그 선배의 모습은, 편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는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회사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뒤 은퇴했고, 아직까지 결혼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평생을 혼자 살아온 사람.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그가 나보다 인생을 오래 살아온 건 맞지만, 정말 ‘인생을 아는’ 사람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나는 결혼도 했고, 자녀도 키웠다. 순탄치 않은 세월을 견뎌내며 이제는 자식에게 조언을 듣기도 하는 나. 그런 내 입장에서는, 결혼도 자식도 없이 살아온 선배의 삶이 어쩌면 너무 단순하고 자기중심적이지는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물론, 이미 출발한 여행에서 그런 생각이 무슨 소용이겠나 싶었지만 말이다.

늙음은 외형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책이나 휴대폰 화면을 볼 때마다 이마 위로 안경을 올리고, 화면을 찡그리며 가까이 들여다보았다. 명백한 노안의 징후였지만, 그는 노안 안경을 쓰지 않았다. 불편을 감수하며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 어떤 고집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보다 더 거슬렸던 건, 함께 걷는 도중 아무렇지도 않게 자주 방귀를 뀌는 행동이었다. 나에겐 꽤 불쾌하고 불편한 일이었다.


부부 사이에도 방귀를 트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심지어 자식 앞에서도 방귀는 최대한 참아온 내가 아닌가. 그런데 선배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그것도 하루에도 여러 번 방귀를 뀌며 거리를 걷는 것이었다. 냄새를 맡지는 않았지만, 그 소리는 듣기 싫을 정도로 생생했고, 나를 너무 편하게 생각하는 그 태도에 당황스러웠다.


거기다, 그에게는 또 하나의 단점이 더 있었다. 여행 내내 담배를 피우는 일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연초 담배를 고집했는데, 이탈리아에서는 연초보다 전자담배가 일반적이다 보니 원하는 담배를 구하기 위해 곳곳을 헤매이기 일쑤였다. 그 과정에서 일정이 지연되기도 했고, 결국은 일정 시간과 장소를 정해 따로 만나기로 했지만, 그마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담배를 구한 뒤에도 문제였다.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곳을 찾느라 늘 시간이 걸렸고, 나는 그 시간을 멍하니 기다려야만 했다. 아침부터 자기 전까지 담배를 입에 물고 있는 모습은 ‘골초’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했다.

결혼을 하지 않은 것과 흡연이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어쩌면 혼자 살다 보니 자신을 제어할 사람이 없었고, 금연 시도도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비흡연자다. 그래서일까, 선배가 담배를 피울 때마다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그가 하루에 담배를 몇 개비나 피우는지는 세어보지 않았지만, ‘두 갑은 넘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그에게 “하루에 얼마나 피우냐”라고 물었더니, 그는 얼버무리며 “이제 끊어야지”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하지만 말뿐이었다. 행동은 없었고, 담배 연기처럼 허공에 흩어지는 말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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