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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예술 May 19. 2024

뭐 어쩌라고, 어쩌자고!

「NEVERMIND」, 1991

Rest In Peace


실제로 아기를 수영장에 던져 찍었다는 사진

「NEVERMIND」, 1991

・ Nirvana 2집


  최후의 락스타, 커트 코베인이 속한 밴드 너바나의 2집 「Nevermind」입니다. 반항과 저항의 상징, 펑크에 뿌리를 둔 너바나의 역작이자 단순한 예술작품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사회현상, 크게는 하나의 시대를 대표하는 전설이 된 바 있습니다.


  피가 자동으로 끓는 전주, 메가 히트곡인 'Smells Like Teen Spirit'부터 비교적 최근 개봉했던 영화  「배트맨」의 OST로 사용된 'Something In the Way'까지.


록 장르는 계속될 거야.
다만 록스타는 다 뒈진 지 오래지.

 - 노엘 갤러거(오아시스) 曰 -



TRACKLIST

1. Smells Like Teen Spirit
2. In Bloom
3. Come As You Are
4. Breed
5. Lithium
6. Polly
7. Territorial PIssings
8. Drain You
9. Lounge Act
10. Stay Away
11. On a Plain
12. Something In the Way
13. Endless, Nameless

https://www.youtube.com/watch?v=7TDeBi34OtE&list=PLMxy067kbpQjRXmNGao7pvVoFaCTIZRze 





I

너바나의 정신



왼쪽부터 데이브 그롤, 커트 코베인, 크리스 노보셀릭

  먼저 너바나가 어떤 밴드인지,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이 누구인지 이야기해봐야 하는데요. 너바나의 출발지, 고향은 누가 뭐라 해도 펑크(Punk)입니다.


  펑크 장르는 70년대 미국의 경기 침체로부터 비롯된 소외계층, 노동계층 청년들의 저항과 분노에서 시작했는데요.


누군가 ‘펑크가 뭐냐’라고 묻는다면,
난 쓰레기통을 뻥 걷어차며
“이게 펑크야!”라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나를 따라
쓰레기통을 차며 ’이게 펑크냐 ‘라고 묻는다면,
난 “아니, 넌 남들을 따라 하고 있는 거야.”
라고 말해줄 것이다.

- 빌리 조 암스트롱 (그린 데이) 曰 -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는 그들은 돈과 이슈를 좇는 대중을 기피하고 소수자들이 품고 있던 저항 정신, 억압에서 벗어나고 싶은 해방 욕구를 노래합니다.


  이내 불우한 가정환경, 혼란뿐인 성장기를 거쳐 심각한 애정결핍까지 갖고 있던 커트는 이 펑크에 매료되어 그들의 정신을 계승하는데요.


  주류를 거부하고 개인의 생각을 조종하는 거대한 흐름을 싫어하며 호모포비아, 여성혐오자들을 배척하고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말한 최초의 락스타, 커트 코베인과 너바나는 그렇게 탄생합니다.


  「더티 해리」 속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명대사가 있죠?

"Do I feel lucky?" Well, do ya, punk?


  여기서 등장하는 Punk. 지금은 조금 구닥다리 욕설이지만 양아치, 반항아 등을 표현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II

게임 체인저



  전체적으로 전반부는 얼터너티브 락 사운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당시 대중의 인기를 휩쓸던 차트성 메탈, 락 등으로 분류되던 것들의 '안티'이자 대체제인 셈이었는데요.


  후반부로 갈수록 초기의, 순수함과 진실성을 잃지 않은 펑크 락의 초심으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Breed'나 'Territorial Pissings'처럼 에너지가 폭발하다가도, 'Drain You'나 'Something In the Way'처럼 서정적인 파괴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커트가 직접 '가사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그냥 리듬에 맞게 무의식적으로 떠오른 걸 내뱉는다. '라고 말한 것처럼 사실 그의 가사들은 심각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Nevermind」에 불호를 표하는 이유들은 제각기 다르지만 푹 매료되는 이들의 감상은 한 마디로 정리가 가능한데요.


지금의 너 나 우리의 상황 같다


본능을 따라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가사처럼

대중성에 반하는 지저분한 사운드처럼

음정과 안정감 대신 내지르는 괴성과 우울감처럼


  받아들이기 어렵고 가공되지 않았으며 불안정합니다. 날카롭게 내리치는 드럼과 디스토션이 과하게 걸린 일렉, 괴성과도 비슷한 커트의 샤우팅.


  오르락내리락, 가는 곳마다 보는 곳마다 혼란뿐인 세상에 던져진 이들의 방황이 느껴지죠. 시대를 불문하고 ‘되묻고 고뇌하며 스스로를 상처 주는’ 세대들은 언제나 존재합니다. 어쩌면 모두에게 그런 시절이 존재하는 듯도 합니다.


I'm so happy 'cause today
I found my friends.
They're in my heads.
I'm so ugly, that's okay
'cause so are you.

난 너무 행복해.
왜냐면 오늘 내 친구들을 찾았거든.
걔네들은 내 머릿속에 있어.
난 너무 추해. 그래도 괜찮아.
왜냐면 너도 그러니까.

Lithium


게임 체인저라는 말의 무게를 알아야 해요.
 ‘이게 나왔으니까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라는 거거든요.

 - 스윙스 曰 -



  너바나의 「Nevermind」는 게임 체인저였습니다. 돌고 돌아 부활하는 것이 아닌, 그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시대를 열어내 두고두고 회자되는 예술가.


  시대적으로 너바나 붐을 일으켰으나, 돌고 도는 데 그칠 유행쯤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큰 흐름을 탄 것처럼 세간의 관심을 받으면서도 가장 反 유행스러운 아티스트로 남지 않았나 싶은데요.


미남으로도 유명했던 커트

  안타깝게도 커트 코베인은 자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언제나 소수자의 편에 서고 자기를 갉아먹던 그는 갑자기 큰 관심과 인기를 갖게 되자 방황하며 마약에 깊게 빠지는 등 굴곡진 인생을 살다 목숨을 끊었죠.


  아이러니하게도 단순히 락을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락스타가 되었던 커트의 죽음은 그가 락스타로 생을 마감함으로써 락 그 자체가 되는 결과를 낳았는데요.


  커트가 다른 음악의 가사를 인용해 유서에 썼던 이 문장은 본 뜻과 다르게 사용되었음에도 그의 삶과 너바나의 정신을 관통하는 명언이 되었습니다.


"서서히 꺼져가는 것보다 한 번에 불타오르는 것이 낫다"






어떻게 한국에서 이런 음악이 나올 수가 있지?
진짜 락스타처럼 살아야 나올 수 있을 것 같은 앨범이잖아요.

- 버벌진트 曰 -
C JAMM의 「킁」을 듣고


  메소드 연기법이 역설적으로 즉흥성을 배제하듯이, 마약에 취해 반주를 듣고 생각나는 대로 중얼거렸다한들 자신의 삶 자체를, 방황하는 이들의 삶 자체를 노래했기에 그저 충동과 즉흥에 기대지 않습니다.


  오히려 철저히 짜인 대로 내뱉어낸 가사들은 심각하게 들여다볼 필요도 없습니다. 심각하게 들여다보면 암울할 뿐인 내 삶도 그럴 필요 없으니까요.


Nevermind - Never mind

신경 쓰지 마. 잊어 줘. 아무것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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