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가는 때와, 시간이 갈 때와, 그리움이 밀려올 때
낙엽이 내려앉은 숲 속에 햇볕이 들어왔다.
숲은 잎을 덜어내고 제 속을 보이는데
지금 그대는 어디에 있는가
바람에 실려 온 말을 듣고 있는가
숲 속을 걷는 사람들의 표정이 다정하고,
벚꽃처럼, 낙엽이 푸른 하늘에 날리고,
남은 잎 사이로 연붉은 햇살이 비치고,
평범한 가을 한 날인데
나 이제 이 시간을 못내 그리워하리
한 발짝 내 걸을 때마다 시간 마디가 뒤로 남고
늘 같은 흐름처럼 펼쳐진 날들
그중 하나인 오늘이 어제가 되듯이
변하지 않는 것은 시간의 흐름뿐
동물원 둘레길에 떨어지던 가을 한때도
시간 흐름의 한 줄기였나니
마음 덜어내지 못해 들 틈이 없던 우리여
내 말 믿나요
내일이면 오늘 하루가 두서없이 그리워지리
2023.11.18